롯데의 바이오 보폭이 일본에서 한층 선명해지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올해 1월 라쿠텐메디컬과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일본 롯데홀딩스도 이달 2일 헬스케어·바이오의약 분야 기업형벤처캐피털(CVC)을 통해 라쿠텐메디컬에 투자했다. 같은 회사를 두고 한국 롯데는 생산 파트너로, 일본 롯데홀딩스는 투자자로 각각 손을 맞잡은 셈이다.
이 흐름은 신유열 부사장(각자대표,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전면에 선 롯데 바이오 확장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롯데바이오는 1월 계약 당시 박제임스, 신유열 공동대표 체제로 라쿠텐메디컬과 계약 체결 사실을 알렸고, 롯데는 지난해 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신 부사장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임하며 바이오 CDMO 등 신사업 안착과 글로벌 시장 개척을 본격적으로 주도한다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롯데의 미래 먹거리 가운데 바이오가 신 부사장 역할과 함께 묶여 있다는 점도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라쿠텐메디컬은 일본에서 이미 존재감을 드러낸 바이오 기업이다. 2010년 설립된 이 회사는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사를 둔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자체 Alluminox 플랫폼 기반 광면역요법을 개발·상업화하고 있다.
주력 파이프라인 ASP-1929는 재발성 두경부암 1차 치료를 겨냥한 글로벌 3상이 진행 중이며,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향한 2028년 생물의약품허가신청(BLA)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두경부암 치료 영역에서 이미 상업화 이력도 확보했다.
생산 거점은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바이오 캠퍼스다. 롯데바이오는 이곳에서 라쿠텐메디컬의 광면역요법 기반 두경부암 치료제 임상 물량과 상업 생산을 모두 맡기로 했다. 회사는 이번 계약을 미국·일본 시장에서 CDMO 입지를 넓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행보도 주목된다. 지난 2일 롯데홀딩스는 라쿠텐메디컬 투자 사실만 적시한 것이 아니라, 올해 1월 라쿠텐메디컬과 롯데바이오가 제조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사진제공=롯데그룹
롯데홀딩스의 헬스케어·바이오의약 CVC 역시 롯데바이오로직스와 사업 시너지가 있는 유망 기업을 우선 투자 대상으로 삼는다고 밝혔다. 생산과 투자가 별개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롯데바이오를 축으로 한 그룹 차원의 바이오 확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생산 파트너로 먼저 진입하고, 일본 롯데홀딩스가 같은 회사에 투자자로 합류하는 구도다. 여기에 신 부사장 주도의 일본 고객사 확대까지 더해지면서, 롯데의 바이오 사업은 일본과의 접점을 여러 층위에서 동시에 넓히고 있다.
라쿠텐메디컬을 고리로 롯데바이오와 일본 롯데홀딩스의 접점이 동시에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단건 수주로 보기 어렵다.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자리한 롯데홀딩스 본사 사옥 /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