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로 잘 알려진 비아그라 성분이 치명적인 소아 희귀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효과를 나타내며 의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 약물을 새로운 질환에 적용하는 '약물 재창출'의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독일 샤리테 대학병원 연구팀이 학술지 셀(Cell)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실데나필이 리 증후군(Leigh syndrome) 환자들의 증상 개선에 효과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데나필은 혈관 확장 작용을 통해 발기부전 치료에 주로 활용되어 온 성분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팀은 생후 9개월부터 30대에 이르는 환자 6명을 대상으로 실데나필을 지속 투여하는 파일럿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 결과 근력 향상과 발작 빈도 감소 등 신경학적 증상의 뚜렷한 개선이 관찰됐고, 일부 환자에서는 일상생활 능력까지 현저히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 효과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입증됐다. 한 소아 환자는 보행 가능 거리가 기존 500m에서 5000m로 10배 이상 늘어났으며, 반복 발생하던 대사 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다른 환자는 지속적으로 겪던 간질 발작이 치료 후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등 의미 있는 개선을 보였다.
리 증후군은 세포 내 에너지 생산을 담당하는 미토콘드리아의 기능 장애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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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와 근육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조직에 집중적으로 손상이 발생해 근력 저하, 발작, 호흡 장애, 발달 지연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주로 영유아기에 발병하며 진행 속도가 빨라 수년 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현재까지 승인된 치료제가 없어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는 대표적인 난치질환이다.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 완전히 다른 질환에서 치료 효과를 보인 점이다.
연구팀은 환자에서 추출한 세포를 이용해 5500개 이상의 약물을 검사하는 과정을 통해 실데나필을 후보물질로 선정했다. 이후 세포 및 동물 실험에서 효과를 검증한 후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는 단계적 접근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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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데나필은 이미 소아 폐동맥 고혈압 치료 등에 사용되며 장기간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이라는 점에서 임상 적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팀은 "초기 결과이지만 환자의 삶의 질을 의미 있게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연구는 소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단계 결과라는 점에서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현재 유럽에서 더 큰 규모의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더욱 명확하게 검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