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쫓아다니며 괴롭히는 모기의 공격에는 정교하게 설계된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었다.
지난달 18일(현지 시간)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 따르면 조지아 공대와 MIT 공동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를 통해 모기가 먹잇감을 추적하는 정밀 내비게이션 원리를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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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이집트숲모기 수백 마리의 비행 궤적을 0.01초 단위로 추적해 2,000만 개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모기가 '이산화탄소와 어두운 색상'이라는 두 가지 신호가 결합할 때만 본격적인 공격 모드에 돌입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매년 77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뎅기열과 지카 바이러스의 주범, 이집트숲모기는 환경 신호를 인지하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연구팀은 특수 제작된 실험실에 3D 적외선 카메라를 설치해 모기의 움직임을 포착했으며, 연구원이 직접 다양한 색상의 옷을 입고 '인체 미끼'가 되어 반응을 살폈다.
연구를 이끈 데이비드 후 교수는 "모기들이 모여드는 현상은 북적이는 술집에 손님들이 각자 분위기에 이끌려 들어오는 것과 같다"며 "모기는 동료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환경 속 신호를 각자 독립적으로 감지해 동일한 목표물로 모여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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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 이산화탄소나 어두운 색상 중 단일 신호만으로는 모기를 유인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검은색 구체만 있을 때는 잠시 접근했다가 멀어졌고, 이산화탄소만 방출될 때는 주변을 배회하며 탐색할 뿐이었다.
하지만 두 신호가 동시에 나타나자 모기들은 즉시 공격 모드로 전환해 목표물 주변을 집요하게 돌며 흡혈 기회를 노렸다.
이산화탄소는 10m 밖에서도 숙주를 찾는 원거리 유도등 역할을 하며, 모기가 피부 냄새나 시각적 자극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감각 임계값을 낮추는 효과를 냈다.
시각적 신호의 영향력은 예상보다 강력했다. 연구원이 검은색과 흰색이 반씩 섞인 옷을 입었을 때, 이산화탄소 농도가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모기들은 거의 예외 없이 검은색 옷 방향으로만 몰려들었다.
모기의 시각 시스템은 주변 환경과 대비가 뚜렷한 검은색, 진한 파란색, 회색 등 어두운 계열에 본능적인 선호를 보이며 이를 정밀 타격 지점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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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가 유독 인간의 머리와 어깨를 집중 공략하는 이유도 규명됐다. 머리 부위는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가장 많이 배출되는 지점인 동시에, 검은 머리카락이나 어두운 깃의 옷이 시각적 표적을 제공해 '이중 신호'가 완벽하게 중첩되는 구역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긴소매와 긴바지를 착용하고 머리 부위를 가렸을 때 모기에게 물릴 확률은 급격히 낮아졌다. 연구팀은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각과 화학 신호를 번갈아 방출하는 차세대 방충 기기 개발의 토대를 마련했다.
결국 '모기에게 잘 물리는 체질'은 모기가 좋아하는 이중 신호를 강하게 내뿜는 특성과 일맥상통한다. 신진대사가 활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사람이나 어두운색 의류를 즐겨 입는 사람이 모기의 레이더망에 포착될 확률이 높다.
연구팀은 야외 활동 시 밝은색의 헐렁한 옷을 입고, 운동 직후에는 노출을 최소화하며 머리와 어깨 부위의 방어를 강화하는 것만으로도 모기의 정밀 조준을 효과적으로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