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대한민국 경제의 상징이 된 삼성그룹. 그 거대한 뿌리를 내린 호암(湖巖) 이병철 창업회장(이하 이 회장)의 경영 철학과 인생관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최근 유튜브와 SNS 등에서 '부자의 습관'이나 '성공학' 콘텐츠가 인기를 끌며, 이 회장이 후계자에게 전수했다고 알려진 삶의 지혜들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시대를 앞서간 경제 거인이 남긴 10가지 인생 철칙을 살펴봤다.
1. 운둔근(運鈍根) : 운을 만드는 것은 끈기다
'운둔근'은 이 회장의 자서전 '호암자전'에 나온 말로 이 회장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단어다. 사람이 성공하려면 운(運)이 따라야 하지만, 그 운을 잡기 위해서는 우직하게 기다리는 '둔(鈍)'함과 끝까지 버티는 '근(根)'성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급함 대신 내실을 다지며 때를 기다리는 것이 성공의 본질임을 강조했다.
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 / 사진 제공 = 삼성그룹
2. 경청(傾聽) : 귀를 기울여 마음을 얻어라
1966년, 아들 이건희가 동양방송 입사 후 본격적인 경영 수업을 시작할 때 이 회장이 직접 써준 글귀로 알려져 있다. "말하기보다 듣기를 먼저 하라"는 가르침은 훗날 이건희 회장이 '무거운 입'을 가진 경영자로 거듭나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3. 목계(木鷄) : 감정을 다스리는 평정심
장자(莊子)의 고사인 '목계'는 싸움닭 중 최고는 상대가 아무리 도발해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로 만든 닭(목계)' 같은 존재라는 뜻으로, 이 회장이 생전 즐겨 사용한 비유다. 경영자로서, 혹은 한 인간으로서 외부의 자극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해야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다.
4. 보보시도량(步步是道場) : 모든 순간이 수행이다
故 이건희 전 회장과 자녀들 / 사진 제공 = 삼성전자
불교 용어인 이 문구는 "발걸음을 떼는 곳마다 모두 도량(수행의 장소)이다"라는 의미로 이 회장의 서예 작품 및 평소 좌우명으로 유명하다. 일상의 아주 작은 일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중요하며 이를 삶에서 실천하려 했던 그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5. 인재제일(人才第一) : 결국 사람이 전부다
삼성 경영이념 제1호인 '인재제일'. 이 회장은 "내 인생의 80%는 인재를 찾고 기르는 데 썼다"고 말할 정도로 사람에 대한 집념이 강했다. 기업의 성패는 자본이 아닌 '사람'에게 달려 있다는 그의 철학은 오늘날 삼성 인재 경영의 근간이 됐다.
6. 지갑은 닫고 입은 열지 마라
생전 이 회장은 "말하는 법을 배우는 데는 2년, 침묵하는 법을 익히는 데는 60년"이라는 유명 격언을 즐겨 사용하며 신중한 언행을 당부했다. 또 가치 있는 곳에는 과감히 투자하되 작은 돈은 아끼는 등 돈을 다루는 태도의 '분별력'을 강조했다.
사진 = 인사이트
신중한 언행과 절약 및 분별력을 강조한 대목으로, 후계자들에게는 특히나 엄격한 자기 관리를 요구했던 그의 성품이 녹아 있다.
7. 부자 옆에 줄을 서라
성공하고 싶다면 성공한 사람들이 모인 곳으로 가라는 현실적인 조언으로 이 회장의 공식 자서전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의 '인맥 관리론'이 재해석된 격언으로 전해지고 있다.
평소 이 회장은 주변 환경과 인적 네트워크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에너지를 가진 집단에 속해 그들의 사고방식과 습관을 체득하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8. 힘들어도 웃어라, 운(運)도 웃는 자를 돕는다
이 회장은 관상학에도 조예가 깊었다고 알려져 있다. 어두운 표정은 복을 쫓아내지만, 밝은 미소는 좋은 기운과 사람을 끌어당긴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고난 앞에서도 의연한 태도를 보일 것을 주문했다.
이재용 회장 / 뉴스1
9. 기도는 앞바퀴, 행동은 뒷바퀴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기도)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으며 그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행동)이 뒤따라야만 인생이라는 수레가 굴러간다는 말로, 그의 '실천 중심 철학'을 상징하는 문구로 전해진다. 철저한 계획과 실행력을 중시했던 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10. 인연을 소중히 하라, 세상에 우연은 없다
이 회장은 한 번 맺은 인연을 끝까지 책임지고 소중히 여기는 것을 덕목으로 삼았다. 작은 인연 하나가 훗날 결정적인 사업 파트너나 조력자가 될 수 있다는 통찰로, 비단 비즈니스 세계뿐만 아니라 인연의 소중함을 알고 상대방을 귀하게 대하라는 태도를 강조했다.
호암 이병철 회장이 남긴 이 철칙들은 수십 년 전의 낡은 격언이 아니다. 오히려 정보가 넘쳐나고 관계가 파편화된 오늘날, '본질'로 돌아가 삶의 중심을 잡으려는 이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단순한 부의 축적을 넘어, 한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그의 정수(精髓)는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인생을 바꾸는 나침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