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9일(목)

사랑하지만 '수면 이혼'... 각방 쓰는 부부 늘어난 이유

잠자리를 둘러싼 새로운 트렌드가 주목받고 있다. 부부가 같은 침대가 아닌 각자의 침실에서 잠을 자는 '수면 이혼'이 국내외 유명인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면서, 함께 자는 것과 건강의 상관관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사랑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지지만, 파트너의 코골이 소리까지 참아내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 심리학과 수석 강사 로라 부베르 박사는 비영리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게재한 논문에서 "수면의 질이 신체와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image.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그는 "성인 대부분이 하루 6~9시간을 수면에 할애하는 만큼, 어떤 방식으로 잠을 자느냐가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수면 패턴은 역사적으로 변화해왔다. 20세기 초반까지는 가족 구성원이나 반려동물과 한 공간에서 잠을 자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위생 개념과 질병 예방에 대한 인식이 발달하면서 개별 침실을 사용하는 문화가 보편화됐다. 이후에는 다시 부부가 함께 잠자리를 갖는 것이 친밀한 관계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동반 수면에는 명확한 이점들이 존재한다. 부베르 박사는 "파트너와 함께 잠을 자는 행위가 관계의 친밀도와 정서적 연결고리를 강화시킨다"고 밝혔다.


독일 킬 크리스티안 알브레히츠대학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커플이 동반 수면을 할 경우 호흡 패턴과 심박수가 유사하게 동조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생체리듬 동조화는 안정감과 심리적 평온함을 증진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더불어 스트레스 수치를 낮추고 '사랑의 호르몬'으로 알려진 옥시토신의 분비량을 증가시키는 긍정적 영향도 확인됐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나 파트너로 인한 수면 방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코골이 소음, 빈번한 야간 화장실 이용, 스마트폰 사용 등이 상대방의 수면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방해 요소들이 지속되면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연장되고 중간에 깨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수면의 질이 현저히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면역 체계가 약화되어 각종 감염질환에 노출되기 쉬워지고, 체중 증가 및 당뇨병 발병 위험도 높아지는 등 건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수면 방해가 계속되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분리된 침실을 사용하는 것이 더 유익할 수 있다. 개인별 맞춤형 수면 환경 조성이 가능해지며, 조명 밝기와 실내 온도, 침구류 등을 각자의 선호도에 맞춰 설정할 수 있다. 또한 취침 시각이나 일상 루틴도 개인의 생체리듬에 따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 수면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


수면의 질에는 물리적 조건뿐만 아니라 관계의 상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서로에게 만족감을 느끼는 커플의 경우 전체적인 수면의 질이 우수한 반면, 갈등이 빈번한 관계에서는 수면의 질이 저하되는 패턴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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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면 부족 상태는 짜증과 예민함을 증폭시키고 감정 통제 능력을 떨어뜨려 관계를 더욱 악화시키는 부정적 순환구조를 만들어낸다.


부베르 박사는 "각자 다른 침실에서 잠을 잔다고 해서 반드시 관계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며 "파트너로 인해 수면이 방해받아 건강에 해를 끼치고 있다면, 서로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개별 수면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더 지혜로운 판단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