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3월 14일(토)

삼성은 넣고 한화오션은 뺐다... '취업규칙 한 줄'이 퇴직금 소송 결과 갈랐다

대법원이 사기업 성과급을 바라보는 기준을 다시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 판결에서는 일부 성과급을 퇴직금에 반영해야 한다고 봤지만, SK하이닉스와 한화오션 판결에서는 임금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같은 성과급인데 결론이 갈린 것이다.


이는 회사 이름이 아니라 구조의 차이 때문이었다. 대법원은 액수에 주목하지 않고, 그 돈이 일을 한 대가인지 아니면 실적이 좋을 때 나눠주는 돈인지를 봤다. 그리고 그 기준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미리 적혀 있었는지도 살폈다.


시작은 1월 29일 삼성전자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목표 인센티브(TAI)는 평균임금에 넣어야 한다고 봤지만, 성과 인센티브(OPI, 과거 PS)는 임금이 아니라고 했다. 같은 회사 안에서도 항목마다 다르게 봤다. 이후 2월 SK하이닉스, 3월 한화오션까지 비슷한 시각이 이어지면서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기준이 무엇인지 조금씩 보이고 있다.


대법원 1.jpg대법원 / 뉴스1


삼성전자 목표 인센티브는 지급 틀이 미리 정해져 있었다. 상여기초금액을 월 기준급의 120%로 못 박고, 사업부 성과나 전략과제 달성률에 따라 0%에서 100% 사이에서 지급률을 조정하는 방식이었다.


대법원은 이를 경영성과가 생겼을 때 사후에 나눠주는 돈이 아니라, 틀 안에서 정산되는 보수로 읽었다. 반면 성과 인센티브는 EVA의 20%가 재원이고 연봉의 0%에서 50%까지 들쭉날쭉했다. 시장 상황 혹은 경영 판단 같은 외부 변수에 좌우되는 이익배분으로 본 것이다.


한화오션과 SK하이닉스는 달랐다. 한화오션 경영성과급은 재무지표(영업이익·경상이익)가 기준이었고 실적이 부진한 해에는 아예 안 나온 적도 있었다. 근로의 대가보다 사업이익 분배에 가깝다고 대법원은 봤다.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였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만으로 회사가 성과급을 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경영성과급과 근로 제공 사이의 연결도 뚜렷하지 않다고 했다. 이익이 먼저 나야 나눠줄 수 있다고 본 게 핵심이었다.


여기서 더 눈에 띄는 건 2월 26일 후속 판결이다. 16년간 성과급을 꼬박꼬박 줬어도, 취업규칙에 근거가 없고 지급 기준이 매년 그해만 적용되는 식으로 바뀌어 왔다면 회사의 지급의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오래 줬다는 사실보다, 앞으로도 같은 기준으로 줘야 할 의무를 회사가 스스로 짊어졌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무슨 규정으로,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확정적으로 줬는가가 승패를 가르는 지점이 됐다.


사진제공=한화오션사진제공=한화오션


기업 입장에서 골치 아픈 건 어느 쪽을 택해도 리스크가 있다는 점이다. 성과급이 임금으로 인정되면 퇴직금, 퇴직연금, 노사 교섭까지 줄줄이 따라오고 지급 기준을 너무 느슨하게 짜면 이번엔 직원들이 등을 돌린다.


보상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회사에 핵심 인력이 남아있을 이유가 없다. 로펌들이 취업규칙과 성과급 기준을 다시 들여다보라고 하는 것도 그래서다. 직원과 노조도 마찬가지다. "성과급은 당연히 퇴직금에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이 예전만큼 먹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회사가 "성과급은 다 재량"이라고 버텨도 항상 통하지는 않는다.


지급 근거가 규정에 미리 적혀 있는지, 지급 자체는 정해져 있고 배분되는 비율만 달라지는지, 변동 폭이 얼마나 되는지, 평가 항목이 근로자가 실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 따져봐야 할 게 생각보다 많아졌다.


결국 대법원이 물은 건 하나다. 이 돈이 일한 대가냐, 아니면 회사가 잘 됐을 때 나눠주는 돈이냐. 그 답은 보상 규모가 아니라 취업규칙과 지급기준표에 적혀 있었다. 다음 싸움도 거기서 벌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