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두산 경영진의 보수 체계가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룹 핵심 상장 계열사들의 이익이 눈에 띄게 축소된 가운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해 상반기에만 163억 1천만원의 보수를 수령한 것으로 나타나면서다.
㈜두산은 오는 3월 31일 정기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승인안과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 승인안 등을 다룰 예정이어서, 단순한 액수보다 '실적과 보수의 연결고리'를 둘러싼 설명 책임이 한층 커질 전망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자본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만한 대목은 분명하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5년 연결 기준 매출 17조 578억원으로 전년보다 5.1%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7627억원으로 25.0% 감소했다. 두산밥캣도 연결 기준 매출 8조 7919억원으로 2.8%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6861억원으로 21.3% 줄었다. 두산퓨얼셀은 별도 기준 매출 4549억원에도 영업손실 103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그룹 핵심 축 전반에서 외형과 수익성의 흐름이 엇갈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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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박 회장의 보수는 크게 뛰었다. 박 회장은 지난해 상반기 급여 17억 5천만원, 단기 성과급 56억 3천만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평가액 89억 3천만원을 포함해 총 163억 1천만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상반기 주요 그룹 총수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일반 급여와 단기 성과급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현금으로 지급하던 장기 성과급을 지난해 처음 주식으로 지급하면서 총보수가 급증한 구조다.
이와 관련해 두산 측은 "회사는 전 임원을 대상으로 3년 전부터 RSU 제도를 도입했고, 박 회장의 경우 부여 시점보다 2025년 2월 지급 시점 주가가 4.3배 올라 평가액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산은 2월 10일 임원 장기 성과급 보상 목적으로 자기주식 4만 4260주를 처분하기로 공시했다. 처분 예정 금액은 391억 7010만원이다. 두산 설명대로라면 이번 보수 증가는 단기 현금 보상이 아니라 장기 성과 보상 체계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두산이 최근 이사회에서 자사주 320만 1028주 가운데 RSU 운영분 63만 2500주를 제외한 256만 8528주를 연내 전량 소각하기로 결의하면서, 주주환원과 경영진 보상이 같은 주총 국면에서 나란히 놓이게 됐다. 3월 6일 종가 기준 소각 규모는 약 2조 7천억원에 이른다. 소각 방침 자체는 분명한 환원 조치지만, RSU 지급용 63만2500주는 별도로 남겨뒀다는 점에서 시장 평가는 엇갈린다.
㈜두산은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 19조 7841억원, 영업이익 1조 62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1%, 5.9% 증가한 수치다. 자체사업만 떼어 보면 매출 2조 2210억원, 영업이익 5037억원으로 각각 66.2%, 250.0% 늘어 연간 기준 처음 2조원을 넘기고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주사와 자체사업은 분명 개선 흐름을 보였지만, 투자자들이 두산이라는 그룹을 볼 때 함께 보는 것은 원전과 가스터빈의 두산에너빌리티, 북미 소형장비의 두산밥캣, 미래 사업 축인 두산퓨얼셀 같은 핵심 상장 계열사들의 이익 흐름이다. 이 세 계열사가 동시에 흔들린 시점에 오너 보수가 상반기에만 163억원으로 불어난 구조는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고 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뉴스1
3월 31일 주총에서 ㈜두산이 주주들을 설득하려면 '장기 성과 보상'이라는 원론만 반복할 게 아니라, 어떤 성과 지표와 어떤 기준으로 보상이 산정됐는지 더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핵심 계열사들의 이익이 꺾인 국면에서 오너 보수만 눈에 띄게 불어난 장면은, 주총장에서 가장 불편한 질문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