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상장 계열사의 합산 시가총액이 150조 원 안팎까지 불어났습니다. 방산과 조선, 우주·에너지 관련 종목이 동반 상승하며 1년 전보다 50조 원 이상 덩치를 키운 결과입니다. 시장은 이를 단순한 주가 반등이 아닌, 산업 지형 변화에 따른 근본적인 '재평가'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1일 발표된 공정거래위원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여전히 롯데가 5위(약 143조 원), 한화가 7위(약 126조 원)입니다. 장부상 자산 규모만 놓고 보면 17조 원가량의 격차가 존재합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의 시선은 과거의 유산인 자산보다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의 크기와 지속성에 쏠려 있습니다. 시가총액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다 못해 이미 역전된 상황은, 시장이 매기는 실질적 서열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전략 전면에 나선 이후 한화의 사업 축은 한층 또렷해졌습니다. 방산 부문은 해외 수주 확대에 힘입어 향후 수년치 매출 가시성을 확보했고, 조선은 고부가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를 통해 손익 구조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여기에 우주 발사체와 위성, 에너지 설비 사업이 맞물리며 '국가 전략 산업'을 관통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습니다.
이런 결과물 덕분일까요. 증권가에서는 주요 계열사의 2026년 실적 추정치를 잇달아 상향 조정하는 흐름이 나타납니다. 일부 적자 계열사의 흑자 전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업황 회복 기대와 실적 개선 전망이 동시에 반영되는 모습입니다. 이에 따라 관련 종목의 가치도 상승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다만 롯데가 맞닥뜨리고 있는 상황은 사뭇 다릅니다. 자산 기준 재계 5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나, 상장 계열사 시가총액은 자산 규모에 비해 낮은 평가를 받는 모습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저평가'라는 시각과 '현실'이라는 반응이 다각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현재 화학 부문은 업황 둔화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고, 유통은 흔들리는 시장을 설득할 만한 강력한 성장 스토리를 아직 제시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반복됩니다. 2~3년 내 실적 체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만한 확실한 '승부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시장의 의구심을 키우는 대목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그룹 각 계열사의 대규모 CEO 교체와 조직 개편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립니다. 성과 중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정비라는 긍정적 시각이 있는 반면, 기존 전략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보는 시각도 공존합니다. HQ 체제 폐지를 두고, 일각에서는 "신동빈 회장이 그간의 실책을 사실상 인정한 것 아니겠냐"라는 뼈아픈 반응도 있었을 정도입니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체질 개선의 신호로 읽는 게 보다 더 타당합니다. 방향성을 재점검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조정으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뼈아픈 해석이 나온다는 것 자체가 롯데가 직면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뉴스1
재계 한 관계자는 "시총과 자산 순위가 장기간 엇갈리는 경우는 드물다"며 "시장 평가가 누적되면 결국 사업 구조와 투자 전략 전반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해 재계 순위 변화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후계 구도에서의 존재감 차이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1983년생 김동관 부회장과 1986년생 신유열 부사장은 세 살 차이에 불과하지만, 경영 최일선에서의 역할과 시장의 체감도는 사뭇 다릅니다.
한화의 후계자가 직접 산업 전략을 이끌며 실적으로 존재감을 쌓고 있는 반면, 롯데는 아직 시장 신뢰를 견인할 만한 '후계 서사'가 부족하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신 부사장이 대표를 맡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CDMO 특별법 시행 속에서 어떤 가시적 성과를 내느냐가 롯데의 미래 성장성을 가를 가늠자가 될 전망입니다.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부사장) / 사진제공=롯데그룹
재계 5위는 단순한 순위를 넘어 그룹의 위상과 대외 신뢰도, 인재 확보 경쟁력과도 맞닿은 지표입니다. 시가총액 우위가 일정 기간 이어질 경우 재계 내부 인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현재 자산 기준 순위는 롯데가 앞서 있습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형성된 가격은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격차가 더 벌어질지, 아니면 롯데의 반등으로 다시 좁혀질지는 결국 각 그룹이 내놓을 실적과 투자 성과가 가를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