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차림에 신경 쓰다 보면 다리미질할 일이 참 많습니다. 특히 흰 셔츠를 다릴 때는 다리미 온도가 너무 높지는 않은지, 한자리에 너무 오래 머물러 옷감을 태우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기 마련입니다. 자칫 한눈을 팔았다가는 애지중지하던 셔츠에 지워지지 않는 새까만 자국을 남겨 결국 옷을 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다리미 자국을 남기지 않기 위해 애쓰는 대신, 오히려 자국이 더 선명하게 남기를 바라는 진풍경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프랑스의 명품 스트리트 브랜드 베트멍(VETEMENTS)이 다리미 자국을 과감한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신상 셔츠를 출시하며 고정관념을 뒤집었기 때문입니다.
베트멍
지난 23일(현지 시간) 온라인 미디어 카라파이아(Karapaia)에 따르면 베트멍은 최근 1139달러(한화 약 164만 원)에 다리미 탄 자국이 선명한 '화이트 아이로닝 번 그래픽 셔츠(White Ironing Burn Graphic Shirt)'를 출시했습니다.
이번 신상 셔츠는 일상의 실수를 패션으로 승화시킨 독특한 콘셉트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베트멍
해당 제품은 여유로운 오버사이즈 실루엣의 흰색 셔츠로, 가슴 주머니 옆에 선명하게 남은 갈색 탄 자국을 정교한 그래픽 프린트로 구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다리미를 옷감 위에 너무 오래 놓아두었을 때 생기는 '탄 자국'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이 디자인은, 실수조차 패션이 될 수 있다는 베트멍만의 유쾌한 발상을 보여줍니다.
해당 셔츠가 출시됐다는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우리 엄마라면 공짜로 만들어줄 텐데", "앞으로는 남편 셔츠를 태워도 패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베트멍
베트멍은 완벽함보다는 의도적인 '불완전함'을 디자인에 녹여내는 독보적인 방식을 고수해 왔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파격적이고 전위적인 예술로, 누군가에게는 낯선 일상으로 다가오겠지만, 베트멍은 모든 이의 호응을 기대하기보다 브랜드 특유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사실 패션계에서 이런 시도는 낯설지 않습니다. 이미 거칠게 찢긴 데님, 페인트가 튄 재킷, 낡은 느낌의 데미지 스니커즈 등은 하나의 주류 트렌드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번에 등장한 '탄 자국' 디자인 역시 새로운 유행의 물결을 일으킬 가능성이 충분해 보입니다.
다만, 실제 제품 가격이 100만 원대를 호가하는 만큼 선뜻 구매하기는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만약 베트멍의 이러한 독특한 감성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옷장 구석에 잠들어 있는 낡은 셔츠로 직접 실험적인 '리폼'에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패션의 본질은 결국 타인의 시선보다 나 자신의 만족에 있습니다. 그것이 정교하게 프린트된 명품 디자인이든, 실수로 남겨진 실제 탄 자국이든 착용하는 이가 즐겁고 만족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