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11일(수)

"MZ가 술을 안 마신다고?"... 술집에서 마시는 소맥 대신 집에서 '이 술' 즐긴다

최근 주류업계의 실적 악화를 두고 "MZ세대가 술을 안 마시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어쩌면 이는 현상의 일부만 짚은 해석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진짜 변화는 청년층의 금주 그 자체가 아니라, 주류 산업을 수십 년간 떠받쳐 온 '술 소비 방식'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image.png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주류기업들은 최근 실적 부진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절주 트렌드'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해 왔습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음주 인구가 줄고, 회식·유흥 중심의 소비가 위축됐다는 설명입니다.


그러나 다른 지표들을 보면 보다 근본적인 흐름이 드러납니다.


지난 1월 NH농협은행의 주류 소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기준) 주점에서의 카드 결제 건수는 2023년 대비 76.6%로 감소했습니다. 


2년 전과 비교하면 23.4% 줄어든 셈입니다. 외식·유흥 채널 중심의 소비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뉴스1


반면 가정 내 소비는 견조합니다. 하나로마트의 주류 판매량은 같은 기간 2년 전보다 2.7% 증가했습니다. 


20대의 주류 소비는 마트와 주점에서 모두 감소했으나 감소 폭은 주점이 20.9%로 마트 7.9%를 크게 상회합니다. 업계에서는 술을 끊기보다는 소비 채널이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합니다.


이 변화는 유통업계의 판매 구조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지난해 이마트·트레이더스 주류 매출 비중에서 위스키가 24.2%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국산 맥주(23.8%), 와인(19.7%), 소주(14.5%), 수입 맥주(11%)가 순이었습니다. 


2022년만 해도 국산 맥주 비중은 24.3%로 가장 컸고, 위스키는 17.9%에 불과했습니다. 


이마트 주류 매대 / 이마트이마트 주류 매대 / 이마트


하지만 이후 위스키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순위가 뒤집혔습니다. 이마트에서 국산 맥주를 제치고 다른 주종이 매출 1위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위스키 성장 속도는 특히 눈에 띕니다. 2022년 매출이 전년 대비 51.4% 급증했고, 2023년 25.2%, 2024년 16.6%, 2025년에도 5% 증가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하이볼과 칵테일 문화 확산으로 위스키가 '독한 술'이 아닌 취향형 주류로 재정의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일본산 수입 주류의 확대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7,915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일본산 사케(청주) 수입 역시 2,784만 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으로 늘었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본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 뉴스1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일본 맥주를 판매하고 있다 / 뉴스1


여러 지표를 종합하면, 과거처럼 취하기 위해 대량으로 마시던 소주·맥주 대신 집에서 즐기는 프리미엄 술과 개인 취향 중심 소비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회식 자리에서 여러 병의 소주를 나눠 마시기보다, 그 비용으로 하이볼이나 위스키, 사케, 수입 맥주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소비의 총량(Quantity)은 줄었을지 모르지만, 소비의 질(Quality)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만의 현상도 아닙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무알코올이나 절제된 음주를 추구하는 '소버 큐리어스(Sober Curious)' 문화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업계가 당분간 맞닥뜨릴 환경도 비교적 분명합니다. 회식 중심 구조는 축소되고, 가정용 소비와 프리미엄화, 선택적 음주 트렌드가 주류 시장 재편을 이끌 가능성이 큽니다. 


제조사들은 소용량 제품, 하이볼 전용 상품, RTD(Ready To Drink) 라인업 강화, 수입 브랜드 확대 등으로 전략 조정을 서두를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업계 역시 단순 할인 경쟁에서 벗어나 취향 중심 진열과 체험형 매장으로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된 이미지


결국 주류 산업의 향방은 출고량 반등이 아니라, 이처럼 달라진 소비 구조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