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시기 급성장했던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급격한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한때 편의점 매대를 점령했던 수제맥주들이 판매량 급감과 함께 시장에서 하나둘 사라지고 있으며, 대표적인 업체들마저 파산이나 회생절차에 들어가는 상황입니다.
국내 수제맥주 1세대 업체로 평가받던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인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최근 파산 절차를 밟게 됐습니다.
성수점에서 개방형 브루펍을 운영하며 수제맥주 문화 확산에 기여했던 이 업체는 업황 악화와 경영권 매각 실패로 결국 시장에서 퇴출됐습니다.
사진 제공 = BGF리테일
'곰표 밀맥주'로 유명했던 세븐브로이맥주도 브랜드 계약 종료 후 실적이 악화되면서 지난해 6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와이브루어리 역시 지난달 16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으며, 같은 달 30일 간이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았습니다.
수제맥주 업계의 몰락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엔데믹 전환과 함께 소비자들의 관심이 수입맥주, 위스키, 하이볼 등으로 이동하면서 수제맥주 수요가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편의점 중심의 유통 구조도 발목을 잡았습니다. '4캔 1만1000~2000원' 마케팅 정책으로 납품단가 상한선이 정해지면서 고품질 맥주 생산이 어려워졌고, 저풍미의 콜라보 제품만 양산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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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편의점들이 수제맥주 상품 수를 줄이고 와인, RTD 하이볼, 칵테일 등으로 매대를 채우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됐습니다. 원재료비, 물류비, 인건비 등 고정비 상승도 업계 전반의 부담을 가중시켰습니다.
한국수제맥주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 규모는 2021년 1520억원에서 2023년 752억원으로 절반 수준까지 급감했습니다.
살아남은 수제맥주 업체들은 하이볼 및 RTD주류 제품 판매에 집중하거나 마니아층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 확장 등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 내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맥주 시장 경쟁 심화와 맥아, 홉 등 원재료 가격 급등이 수익성을 더욱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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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수제맥주업체 95% 이상이 편의점이나 대형마트가 아닌 펍이나 음식점 판매에 의존하고 있어 새로운 판매처 확보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주류 주세 완화 정책이 업계 회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재무 구조가 안정된 일부 업체에만 제한적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업계에서는 수제맥주 시장이 완전히 사라지기보다는 브랜드력과 유통 경쟁력을 갖춘 일부 업체만 살아남는 '선별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