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28일(수)

취임 5일째 출근길 막힌 IBK 은행장, 파격 '인사'로 응답... 장민영 체제 첫 장면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은 취임 직후 노조 반발과 인사 혼선을 동시에 맞았습니다. 총액인건비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본점 출근이 막힌 상황에서 첫 정기인사를 단행하며 정책금융과 디지털 전환을 강조했지만, 정작 인사 철학을 실제 조직 운영으로 연결할 리더십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장 행장은 이날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에 들어가지 못한 채 외부에서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지난 22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을 거쳐 선임된 장 행장은 23일 첫 출근길부터 기업은행 노조에 가로막혔습니다. 공식 취임식 일정도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노조는  '총액인건비제' 해결책이 마련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총액인건비 제도는 공공기관이 연간 사용할 수 있는 인건비 총액을 정해 두고, 그 범위 안에서 인건비를 집행하도록 한 제도입니다. 인건비 상한선에 묶이면서 기업은행은 초과 근무시간을 수당이 아닌 휴가로 보상해 왔는데, 휴가가 누적되며 노조는 사실상 임금 체불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IBK기업은행, 신임 부행장에 전규백 본부장…하반기 정기인사 실시사진제공 = IBK기업은행


노조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직원 1인당 미사용 보상휴가는 약 35일, 전체로는 44만2965일에 이릅니다. 이를 수당으로 환산하면 미지급 시간외수당 규모는 780억원, 1인당 평균 600만원 수준이라고 노조는 계산합니다. 다음 달, 노조의 총파업도 예고된 상태입니다.


장 행장은 은행연합회 정기 이사회에 참석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융위원회와 협상하고 있다. 구체적인 결론에 도달했다고 하기는 섣부르지만, 빨리 마무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총액인건비제 해결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아직 노조가 원하는 수준의 언급은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은 전날(27일) 신임 부행장 2명을 포함해 총 2362명이 승진·이동하는 정기인사를 단행했습니다. 장 행장 취임 이후 첫 정기인사라는 점에서, 향후 조직 운영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인사로 해석됩니다.


첫 인사의 핵심은 그룹장급 재배치입니다. 정보기술(IT)그룹장이었던 권오삼 부행장은 기업고객그룹으로 이동했고, 이번에 승진한 윤인지 부행장이 IT그룹장을 맡았습니다. 기업고객그룹을 이끌던 이건홍 부행장은 혁신금융그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공석이던 개인고객그룹은 오정순 부행장이 맡으며 체제가 정리됐습니다.


권오삼 부행장의 이동은 이번 인사를 해석하는 중요한 단서로 꼽힙니다. IT 분야가 주력이 아닌 인물을 기업금융 쪽으로 돌리고, 내부 IT 전문가를 전면에 배치하면서 기능 중심이 아니라 실제 집행력을 기준으로 보직을 조정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윤 부행장은 IT금융개발부와 IT개발본부장을 거친 내부 IT 전문가로, 시스템 안정성과 내부 운영 경험이 강점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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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부장 인사에서도 기준은 비교적 분명했습니다. 정책금융 지원 성과를 입증한 영업점장 4명과 부서장 2명 등 총 6명이 본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일반 직원 승진 인사에서도 '발탁 승진'은 영업 현장에서 성과를 낸 직원으로 한정됐습니다.


여성 임원 비중의 확대가 특히 눈에 띕니다. 이번 인사로 여성 부행장은 모두 4명이 됐습니다. IT와 개인금융, 혁신금융 등 핵심 그룹에 배치됐다는 점이 흥미롭다는 반응입니다. 장 행장의 색깔이 선명히 드러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만 인사 발표 과정에서는 혼선이 빚어졌습니다. 기업은행은 애초 정기 인사와 조직 개편을 함께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김성태 전 행장의 임기 만료 이후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면서 일정이 보류됐습니다. 이후 이달 23일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공지했다가, 장 행장 취임과 맞물려 발표 시점이 다시 조정됐습니다.


은행 안팎에서는 장 행장이 취임 직후 기존 인사안 결재를 미루면서 일정이 한 차례 중단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예고된 인사가 당일 취소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취임 직후 노조 갈등과 인사 일정 조정이 겹치면서 혼선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중점 과제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직 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 


기업은행의 인사 기조는 이른바 '원샷 인사'였습니다. 매년 1월과 7월, 부행장 등 임직원 2500여 명을 한 번에 발표하며 속도전 양상도 보여왔습니다. 2012년, 인사 청탁과 파벌 형성을 막기 위해 도입된 방식이 유지돼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런 관행이 흔들리는 모습이 나타나 '이례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이에 더해 총액인건비제를 둘러싸고 노조가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장 행장의 인사 철학이 기업 운영에 반영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습니다. 취임 직후부터 조직 안정과 개혁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떠안은 장민영 체제가 갈등을 수습하고 '숫자'로 입증할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