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2월 04일(수)

"한국 선수에 져 지하 670m 탄광행"... 귀순한 북한 유도 영웅 이창수 전 코치 별세

북한 출신 유도 선수에서 한국 대표팀 코치로 활약했던 이창수(58) 전 코치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한유도회와 유족에 따르면 이창수 전 코치는 20일 심장마비로 별세했습니다. 1967년 북한에서 태어난 이 전 코치는 북한 유도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활동하며 1989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하지만 이 전 코치는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에게 패배했다는 이유로 강제 노역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듬해인 1991년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참가 중 독일에서 탈북을 결행했고, 이후 한국으로 귀순했습니다. 당시 그의 돌연한 망명은 남북 체육 교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인사이트MBN '특종세상'


이 전 코치는 과거 방송 출연에서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그는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의 정훈 선수와 맞붙어 패배하며 은메달을 따게 됐는데, 이 때문에 무려 670m 지하 탄광에서 허리를 구부린 채 하루 종일 석탄을 캐야 했다"며 "경기 하나 진 것 때문에 탄광으로 보내니 큰 배신감을 느꼈다. 나는 공훈 체육인이라 생계는 해결할 수 있지만, 내 자식은 낳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심경을 털어놨습니다.


한국 정착 후 이 전 코치는 1년 만에 대만 유도 국가대표 출신인 진영진씨와 결혼해 호진, 문진, 위진 3형제를 두었습니다. 세 아들 모두 유도의 길을 걸었으며, 특히 차남 문진씨는 국가대표로 발탁돼 2019 아부다비 그랜드슬램 남자 81㎏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이 전 코치는 한국마사회 코치를 시작으로 대만 유도 대표팀 지도자, 한국 유도 대표팀 코치, 대표팀 트레이닝 코치 등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유도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현장에서 은퇴했지만, 최근까지도 유도 꿈나무 육성을 위해 힘썼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빈소는 경기 군포시 원광대 산본병원 장례식장 3호실에 설치됐습니다. 발인은 23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경기도 화성 함백산 추모공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