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의는 성장의 속도를 점검하기보다, 방향부터 다시 점검하는 자리였습니다. 외형 확대보다 체질 개선을, 숫자보다 내실을 먼저 보라는 주문이 회의 전반에 깔렸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26년 상반기 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 경영의 중심축을 '질적 성장'으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수익성 중심의 관리 지표를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메시지였습니다.
회의 분위기는 무겁게 이어졌습니다. 신 회장은 최근 둔화된 그룹의 성장 흐름과 사업 포트폴리오의 불균형을 직접 언급하며, 올해 경영 여건 역시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그는 "불확실한 환경을 돌파하려면 무엇보다 각 사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사진제공=롯데지주
회의에서는 사업군별 전략 재조정 방안을 놓고 집중적인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식품 부문은 핵심 브랜드 경쟁력 강화, 유통 부문은 상권 특성에 맞춘 점포 전략을 통한 고객 경험 개선, 화학 부문은 정책 환경 변화에 대응한 구조조정과 스페셜티 중심의 사업 재편이 각각 주요 과제로 제시됐습니다. 정보보안과 안전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 강화 역시 핵심 안건으로 다뤄졌습니다.
신 회장은 과제 실행을 위한 경영 원칙으로 수익성 중심 경영 전환, 의사결정의 속도와 유연성 제고, 자만에 대한 경계와 본업 집중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매출 확대에 치중한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수익성과 투자 효율을 중시하는 ROIC 중심 경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투자는 명확한 기준과 원칙 아래 집행하고, 이미 진행 중인 사업도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조정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따른 실행력 강화도 거듭 강조됐습니다. 롯데는 지난해 말 인사를 통해 HQ 체제를 없애고 계열사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신 회장은 각 계열사 CEO들에게 중장기 방향성과 당면 과제를 동시에 고민하며, 구성원이 자율적으로 혁신에 나설 수 있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과거의 성공 경험에 안주하는 태도에 대한 경계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신 회장은 "우리는 다르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오만을 경계해야 한다"며, 업의 본질에 다시 집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는 혁신을 "고객의 기대와 요구에 맞게 제품과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는 과정"으로 규정하며, "고객 중심의 작은 변화들이 쌓여 결국 큰 혁신으로 이어진다"고 말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회의 말미에서 신 회장은 "익숙함과 결별하지 않으면 지금의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며 "과거의 성공 공식을 내려놓고,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하는 변화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4
한편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정기 인사를 통해 변화 관리와 실행력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HQ 체제를 폐지하고 주요 계열사에 권한과 책임을 이양했으며, 일부 사업군에서는 구조조정과 함께 젊은 경영진을 전면에 배치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이번 VCM에서 제시된 '질적 성장' 기조는 이 같은 인사 방향과 맞물려 향후 그룹 경영의 기준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