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12일(월)

교도소 면회로 이어진 신뢰... 권오갑 HD현대 명예회장이 전임 지부장과 '점심'먹은 사연

조선업이 다시 숨을 고르고 있는 요즘, 과거 가장 험난했던 시간을 함께 건너온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성과를 이야기하는 자리는 아니없습니다. '위기'의 기억을 공유한 이들이 '미래'를 말하는 자리였습니다.


HD현대는 권오갑 명예회장이 최근 HD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전임 노동조합 지부장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회사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노사 신뢰 구축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 11일 HD현대는 권 명예회장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를 이끌었던 전임 지부장 5명, 20대 정병모, 21대 백형록, 22대 박근태, 23대 조경근, 24대 정병천 전 지부장을 초청해 간담회를 가졌다고 전했습니다. 


HD현대 권오갑 명예회장이 울산 HD현대중공업 영빈관에서 전임 노조 지부장들과 상생 오찬을 가졌다(사진 왼쪽 두 번째부터 정병모 20대 노조 지부장, 권오갑 명예회장, 백형록 21대 노조 지부장, 박근태 22대 노조 지부장, 조경.jpg사진제공=HD현대


이 자리에서 권 명예회장은 "최근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중국의 거센 추격 등 글로벌 경쟁 환경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회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노사가 함께 손을 맞잡고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권 명예회장과 전임 지부장들의 인연은 HD현대중공업이 가장 위태로웠던 시기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권 명예회장은 조선업 불황이 본격화된 2014년 HD현대중공업 사장으로 부임해 강도 높은 경영 쇄신과 구조 개편을 주도했습니다. 사업 분할과 체질 개선 과정에서 노사 갈등이 깊어졌지만, 그는 줄곧 '노사는 한배를 탄 동반자'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노사 간 인간적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로는 권 명예회장과 박근태 전 지부장의 일화가 자주 언급됩니다. 


2023년 노조 소식지를 통해 뒤늦게 알려진 바에 따르면, 권 명예회장은 박 전 지부장이 노조 활동과 관련해 수감돼 있던 당시 조용히 교도소를 찾아 면회하며 "각자의 역할 수행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안타깝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자"고 위로를 건넸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임 지부장들은 "과거의 대립을 넘어 회사의 백년대계를 위해 노사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현장의 목소리가 경영에 전달될 수 있도록 가교 역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2026-01-12 11 04 27.jpg권오갑 HD현대1%나눔재단 이사장이 2025년 2월27일 서울 강동구 '마스터피스제작소' 사업장에서 미술 교육에 활용될 교보재를 직접 제작하고 있다. / 사진제공=HD현대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간담회는 권오갑 명예회장이 평소 강조해 온 현장 경영과 사람 중심 경영의 연장선"이라며 "노사 간 동반자적 신뢰가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인식 아래, 소통과 상생의 경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권오갑 명예회장은 조선업 불황기였던 2010년대 중반 HD현대중공업을 이끌며 대규모 구조조정과 사업 재편을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습니다. 


위기 국면에서는 원칙과 속도를 중시했고, 정상화 국면에서는 노사 신뢰와 현장 소통을 강조해 왔습니다. 현재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명예회장으로서 그룹의 중장기 방향성과 조직 문화에 조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