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공판이 피고인 측의 장시간 서증조사로 인해 13일로 연기되었습니다.
9일 진행된 재판은 15시간에 걸쳐 자정을 넘겨서야 종료되면서 '법원판 필리버스터'라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로 이례적인 상황을 연출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9일 오후 9시 50분경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8명의 내란 혐의 공판에서 결심 공판 연기를 결정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상 캡처
재판부는 "준비해 온 분들이 에너지가 있을 때 말씀하게 하는 게 공평하고 효율적이지 않겠느냐"며 "새벽에 진행하는 건 제대로 된 변론이라고 하기도 힘들 것 같다"고 연기 사유를 밝혔습니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피고인 측의 서류 증거조사를 마친 후 내란 특검팀의 최종 의견과 구형, 피고인 8명의 최후 진술까지 모두 진행할 계획이었습니다.
재판 시간 연장 가능성을 고려해 시작 시각도 예정보다 40분 앞당긴 오전 9시 20분으로 조정했으나, 피고인 측의 서증조사만으로 12시간이 넘게 소요되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오전 9시 30분경부터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을 제외하고 약 6시간 30분 동안 서증조사를 진행하면서 재판 진행이 크게 지연되었습니다.
재판부는 오후 5시 40분경 김 전 장관의 서증조사를 중단하고 다른 피고인들의 서증조사를 먼저 진행한 후, 김 전 장관 측이 다시 1시간 30분가량 서증조사를 이어가도록 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상 캡처
재판 과정에서 특검팀과 피고인 측 간의 신경전도 벌어졌습니다.
특검팀이 김 전 장관 측 권우현 변호사에게 "읽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 속도만 빨리해달라"고 재촉하자, 권 변호사는 "제가 혀가 짧아 빨리하면 혀가 꼬인다"고 반박했습니다.
동료 변호인은 "천천히 하라"며 이를 거들기도 했습니다.
장시간 재판이 이어지자 윤 전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는 "저녁 식사도 못 한 상태에서 계속 진행되고 있다. 구속 수감된 피고인들은 체력적으로 굉장히 지쳐있는 상황이다"라며 재판 진행 방식에 대한 결정을 요청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 8명이 다시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점과 피고인 측이 휴정기 내 종결을 약속했던 점을 언급하며 이날 재판 마무리 의지를 보였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상 캡처
김 전 장관 측을 향해서는 "전반적으로 겹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시간이 길어진 점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피고인 측의 지속적인 반발과 요청으로 재판부는 결국 김 전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김용군 전 제3야전사령부 헌병대장 측의 서증조사까지만 마치고 재판을 종료했습니다.
13일 진행될 재판에서는 윤 전 대통령 측 서증조사와 특검팀의 최종 의견·구형, 피고인들의 최후 진술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서증조사에 6시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으며, 특검팀의 구형 의견에 2~3시간, 8명 피고인의 최후 진술까지 고려하면 13일 재판도 장시간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에는 무조건 끝내야 한다. 그 이후는 없다"면서 "언제가 되든 늦게까지 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검은색 정장을 입고 이날 재판에 출석한 윤 전 대통령은 재판부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한 뒤 방청석을 힐끗 바라보며 피고인석으로 향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결심 공판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상 캡처
자리에 앉은 후에는 윤갑근 변호사 등 변호인단과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오전 재판에서 윤 전 대통령은 무표정으로 모니터를 응시하거나 옆자리 윤 변호사와 살짝 미소를 띤 채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이후 눈을 완전히 감은 채 고개를 꾸벅이며 조는 모습도 보였으며, 오후 재판에서도 눈을 감았다 떴다 반복하며 집중력을 잃은 모습이 이어졌습니다.
재판 초반에는 증거조사 준비 상황을 두고 특검팀과 피고인 측 간 충돌도 있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이 증거조사 자료 복사본 부족을 이유로 구두변론 진행을 요청하자, 특검팀은 "저희는 전날 시나리오부터 제출했는데 준비를 해왔어야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김 전 장관 측이 "하루 동안 한 것"이라고 해명하자, 지귀연 부장판사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징징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