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의 거목 故 안성기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엄숙한 가운데 마지막 길을 떠났습니다.
60여 년간 1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사의 중심에 서 있었던 국민 배우의 영결식에서는 아들이 낭독한 생전 편지가 깊은 감동을 안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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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장례 미사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순택 대주교의 집전으로 봉헌됐습니다. 독실한 천주교 신자였던 안성기를 기리는 미사에 이어 영화인장 영결식이 거행됐습니다.
9일 오전 7시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된 출관에서는 배우 정우성이 영정을, 이정재가 정부가 추서한 금관문화훈장을 받들었습니다.
설경구, 박철민, 유지태, 박해일, 조우진, 주지훈 등이 운구를 담당했으며, 현빈, 한예리, 한석규, 변요한을 비롯해 임권택, 이준익, 배창호 감독 등 영화계 인사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에 동행했습니다.
영결식은 묵념과 약력 보고, 추모 영상 상영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아역 시절부터 노년까지 고인이 출연한 대표작 장면들이 스크린에 펼쳐지자 참석자들의 눈물이 터져 나왔습니다.
조사를 맡은 정우성은 고인을 "배우의 품위와 인간의 품격을 지켜준 분"이라고 회상했습니다. 정우성은 "타인에 대한 배려는 당연하게 여기고, 자신에 대한 높임은 늘 경계하셨다"며 "저에게 선배님은 살아 있는 성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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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과 13편의 작품을 함께 작업한 배창호 감독도 조사를 통해 "영화를 사랑했고, 남에게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았던 분"이라며 "그의 지난 세월은 주옥같은 작품들 속에 고스란히 살아 있다"고 추모했습니다.
영결식의 하이라이트는 고인의 장남 안다빈씨가 장식했습니다. 유가족 대표로 단상에 오른 안다빈씨는 조문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어린 시절 아버지가 써준 편지를 꺼내 들었습니다.
1993년 다빈씨가 유치원생이던 시절 고인이 남긴 편지였습니다. 안다빈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편지에는 "네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나던 날, 아빠를 닮은 얼굴을 본 순간 눈물이 글썽거렸다"는 회상과 함께 "항상 겸손하고 정직하며 남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마음의 평화를 잃지 말고 어떤 어려움에서도 자신을 잃지 말아라. 이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은 착한 사람"이라는 아버지의 당부가 담겨 있었습니다.
편지 낭독이 계속되는 동안 장내는 숙연한 분위기에 휩싸였습니다.
한편, 1952년생인 안성기는 다섯 살이던 1957년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한 후 60여 년간 1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하며 한국 영화사의 산증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배우 안성기 / 뉴스1
고인은 2019년 혈액암 진단을 받고 치료 끝에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암이 재발해 투병을 계속하다가 지난 5일 74세의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정부는 한국 영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려 고인에게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습니다.
고인은 이날 화장 절차를 거쳐 경기 양평 '별그리다'에서 영원한 안식에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