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09일(금)

메리츠 따돌리고 '시총 20조' 돌파한 미래에셋... 주인공은 증권이었다

국내 금융 업계에서 미래에셋그룹은 한동안 '두 곳'에서 압박을 받았습니다. 


ETF 시장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점유율 1위를 굳히며 격차를 벌렸고, 비은행권 금융지주 시가총액에선 메리츠금융지주가 '밸류업 모범생'으로 불리며 앞서나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며칠 사이 상황이 빠르게 변화했습니다. 스페이스X 투자 성과가 재평가 재료로 떠오르면서 미래에셋증권이 주가로 판을 바꾼 것입니다.


ETF 분야부터 보겠습니다. 1월 초 기준 국내 ETF 시장 순자산은 삼성자산운용이 118조5680억원(점유율 38.6%)으로 1위를 지켰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00조3159억원(32.7%)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미래에셋 TIGER가 100조원을 넘어섰지만 '1위'는 삼성 쪽에 남아 있었습니다. 운용업계에선 이 격차가 미래에셋 입장에선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미래에셋센터원 사옥 / 사진제공=미래에셋자산운용미래에셋센터원 사옥 / 사진제공=미래에셋


시가총액 분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원메리츠' 출범 이후 주주환원 정책으로 프리미엄을 받아왔고, 한때 은행지주 시총을 위협할 정도로 가파르게 달렸습니다. 


다만 1월 7일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시가총액은 18조 6786억원으로 1년 전 20조 1780억원 대비 7.5% 줄었습니다. 다른 금융사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상향평준화하며 희소성이 약해진 데다, '홈플러스 사태' 관련 리스크가 겹치며 주가가 주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은행지주 다수가 주주환원율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PBR이 1.8배 수준인 메리츠금융지주의 매력도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여기에 '새 이야기'가 들어오자 시장은 크게 반응했습니다. 그 새 이야기는 무려 스페이스X였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연초 주가가가 빠르게 뛰었고, 1월 6일엔 하루 12% 넘게 급등하며 장중 2만895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습니다. 


같은 날 외국인은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을 각각 897억원, 340억원 순매수했습니다. '증권주 랠리'라는 큰 파도 위에서, 미래에셋증권은 스페이스X라는 탄탄한 보드를 타고 앞줄로 치고 나간 셈입니다.


숫자는 더 직관적입니다. 1월 7일 기준 메리츠금융지주 시가총액은 18조 6786억원, 미래에셋금융그룹 상장 계열사(미래에셋증권 및 우선주, 미래에셋벤처투자, 미래에셋생명) 시가총액 합계는 20조1573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그룹 합산 시총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사실상 '체급'을 끌어올린 주역으로 평가됩니다. 삼성증권은 6조원대 후반 수준의 시가총액으로 뒤를 잇는 흐름입니다. 즉 ETF에선 삼성에 밀리고, 비은행 금융지주 시총에선 메리츠가 '왕좌'를 지키던 구도에서, 그룹 상장사 합산 시총은 미래에셋이 메리츠를 넘어서는 장면이 나온 겁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실적도 받쳐줍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3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이 34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늘었고, 증권가에서는 지난해 4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이 37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9.9% 증가해 시장 기대치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스페이스X 투자 성과가 시장의 관심을 끄는 사이, 본업 실적이 흔들리지 않았다는 점이 주가의 '재평가'를 뒷받침하는 구조입니다.


스페이스X 지분 가치의 재평가 기대도 주가를 밀어 올리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스페이스X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높아질 경우 미래에셋의 보유 지분 가치가 4분기에 크게 뛰어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비상장 지분 가치는 투자 구조와 평가 방식에 따라 손익 반영 시점이 달라질 수 있지만, 기대가 주가에 먼저 반영되는 게 보통입니다. 


이 지점에서 메리츠와 삼성증권은 고민에 빠질 것으로 보입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강점은 주주환원이었는데, 주주환원이 업계 표준으로 번지면서 시장은 '그 다음'이 무엇인지 묻고 있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그 질문에 스페이스X라는 재료와 실적 개선 전망을 동시에 내놨습니다. 


삼성증권은 안정적인 이익 체력과 자본력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지만, 이번 장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더 빠른 속도로 시가총액을 불리며 격차를 벌리고 있습니다. 증권업 특성상 규모와 시장 평가가 다시 사업 기회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총 순위로 인해 자금 유입의 '정도'는 변화할 것으로 풀이됩니다. 


미래에셋은 올해를 '미래에셋3.0'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히며 디지털 자산을 포함한 새 금융질서도 꺼내 들었습니다. 코빗 인수 추진설까지 더해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운용(ETF)에서 삼성에 밀린 미래에셋'이 아니라 '증권에서 한 방을 보여주는 미래에셋'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