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은행이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며 준법감시 인력을 대폭 늘렸지만, 금융사고는 오히려 급증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은행이 선택한 제도의 방향입니다. 사고를 줄이기 위한 구조 개선보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임원 책임까지는 가지 않도록 제도가 설정됐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 결과, 금융 사고의 비용과 후유증을 고객이 떠안는 구조가 만들어지게 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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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금융당국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최근 몇 년 사이 준법감시 인력을 빠르게 늘려 왔습니다. 2023년 20~30명 수준이던 인력은 2024년 60명, 2025년 88명으로 확대됐고, 올해는 120명까지 늘릴 계획으로 알려집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금융사고는 줄지 않았습니다. 2023년 6건이던 사고는 2024년 19건으로 세 배 이상 늘었고, 2025년 상반기에도 이미 8건의 사고가 보고됐습니다. 사고 규모는 더 커졌습니다.
2024년과 2025년에만 100억원 이상 대형 금융사고가 네 차례 연이어 발생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농협은행은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인사조치 기준을 손질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제재 대상 범위는 넓혔지만, 동시에 임원에 대한 감경·면책 요건을 새로 넣었습니다.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평소 내부통제 활동이 적정했다고 판단되면 책임을 면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입니다. 사고가 나도 책임이 '위'로 올라가지 않도록, 제도 안에 출구를 만들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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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기준에 따르면 금융사고가 한 차례 발생했을 경우에는 경고에 그치고, 두 차례 이상 발생해야 인사조치가 가능합니다. 사고 금액이나 피해 규모는 핵심 기준이 아닙니다. 10억원이든 100억원이든, 한 번이면 '경고'가 끝입니다.
내부통제 실패로 고객에게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는 책임 판단의 중심에 놓이지 않습니다. 이 구조에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쪽은 결국 고객입니다. 임원 책임이 제도적으로 차단되면 조직은 근본적인 구조 개선에 나설 이유가 줄어듭니다.
사고는 '관리 가능한 리스크'로 취급될 우려가 커집니다. 그 비용은 금리 인상, 수수료 부담, 분쟁 장기화, 대출 심사 강화 같은 방식으로 고객에게 이전될 가능성도 생깁니다. 내부통제가 사고를 막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사고 이후 책임이 커지지 않도록 정리하는 장치로 작동하는 구조가 됩니다.
'내부 제보' 제도도 다르지 않습니다. 농협은행은 금융사고 제보 포상금을 기존 3억원에서 30억원으로 크게 올렸지만, 제보는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습니다. 포상금이 적어서가 아니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제보 이후 조사를 내부 조직이 맡는 구조이기에 '익명성'과 '제보자 보호'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다는 불신이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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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경에서는 문제를 알리는 것이 오히려 위험한 선택이라는 지적입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금융권에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반복해서 주문해 왔습니다. 그러나 농협은행의 제도는 사고를 줄이기보다는, 사고가 발생해도 책임이 커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향으로 짜여 있습니다. 내부통제가 강화됐다는 설명과 달리, 고객을 보호하는 장치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사고는 조직에서 발생하지만, 책임은 임원선에서 멈춘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이러한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비용과 불편은 고객이 감당하게 될 상황도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과거 금융사고 때마다 반복됐던 장면이, 제도의 이름으로 다시 고착화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