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1월 08일(목)

"정지선은 나눴고, 조현준은 키웠다"...현대백화점·효성그룹 주식 증여의 공통점

상장사 오너 일가의 주식 증여는 더 이상 언젠가 해야 할 일이 아니라, 주가 흐름을 계산해 앞당기는 재무 전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증여 시점과 이후 주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미성년자 명의 지분 가치가 단기간에 수배로 불어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부의 이전을 넘어, 지배구조 안정과 세 부담 관리까지 함께 고려한 선택으로 읽힙니다.


지난 5일 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와 시사저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미성년자 지분 가치 증가 폭이 가장 두드러진 기업은 현대백화점그룹과 효성그룹이었습니다. 두 그룹 모두 증여 이후 주가 상승이 이어지며, 결과적으로 증여 효과가 '배'가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정지선 회장의 장녀(약 158억원)가 미성년자 주식 보유자 가운데 최상위에 올랐습니다. 정 회장은 2024년 7월 현대그린푸드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했고, 이후 2025년 들어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일부 주식을 매도했음에도 보유 지분의 평가액은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사진 =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증여 시점이 주가 저점 부근에 맞춰졌다는 점에서, 재무적 효율성을 중시한 판단이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는 이 사례 외에도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의 자녀들(3명, 각 약 72억원)이 나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룹이 현대지에프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체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 지분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기보다 친인척 전반으로 분산되는 흐름이 나타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는 향후 지배구조 변화 국면에서도 의결권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지주회사 체제 아래에서 핵심 계열사의 지분이 여러 친인척에게 분산되면, 향후 세대교체 국면에서도 지배력이 급격히 흔들릴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효성그룹 역시 미성년자 주식 가치 증가가 두드러진 사례로 분류됩니다. 조현준 회장의 차녀(약 126억원)는 효성,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등 주요 계열사의 주가 상승에 힘입어 보유 주식 가치가 크게 늘었습니다. 


사진=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증여 이후에도 장내 매매를 병행하며 지분을 조정해 온 점은, 단순 보유에 그치지 않고 포트폴리오 관리 차원의 접근을 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효성 일가 4세들(4명, 각 약 47억원)도 상위권에 다수 포진했습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자녀들이 보유한 주식 평가액은 그룹 주력 계열사 주가의 동반 상승과 함께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효성은 계열 분할 이후에도 지주사 체제가 아닌 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오너 일가 개인이 보유한 지분의 상대적 중요성이 큰 편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을 두고, 주가가 오를 때 증여하면 세금 부담만 커진다는 기존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평가도 내놓고 있습니다. 


조현준 효성 회장 / 사진제공=효성그룹조현준 효성 회장 / 사진제공=효성그룹


증여세는 증여가 이뤄진 시점의 주가를 기준으로 부과됩니다. 이후 주가가 오르더라도 추가로 세금이 붙지는 않습니다. 이 때문에 증여 이후 주가가 크게 상승할 경우, 세금을 낼 때 기준이 된 금액보다 실제 자산 가치는 훨씬 커지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특히 미성년자에게 증여한 지분은 단기간에 처분할 필요가 없고, 장기 보유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가 상승의 과실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이 같은 흐름은 상장사 오너 일가의 승계 전략이 단순히 "언제 물려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단계에서 벗어나, "언제 증여해야 가장 효과적인가"를 계산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그룹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그룹


주가가 상대적으로 낮을 때 지분을 넘기고, 이후 상승 국면에서 지배력과 자산 가치를 동시에 키우는 방식은 이제 일부 기업만의 선택이 아니라,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하나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