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9일(월)

[신간] 아름답고 살벌하고 웃기는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고전학자인 나탈리 헤인스가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여신들의 진짜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 책을 출간했습니다.


헤인스는 방대한 고전 고증을 바탕으로 가부장적 해석에 가려져 있던 여신들의 진정한 힘을 복원해냈습니다. 


현대인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들을 단순한 이야기 캐릭터로 여기는 것과 달리, 고대인들은 여신의 존재를 진심으로 믿고 오랫동안 숭배해왔습니다. 고대인들은 곳곳에 신전을 건립해 기도했으며, 일상생활에서도 여신을 불러 도움을 청했습니다.


9791199312746.jpg사진 제공 = 돌고래


'아름답고 살벌하고 웃기는'에서 헤인스는 8명의 그리스 여신을 소개하며, 단순한 신화 서사 전달을 넘어 여신들이 고대사회에서 실제로 수행했던 역할과 기능을 깊이 탐구했습니다. 저자는 예술과 문학 속에서 오랫동안 공백으로 남아 있던 부분들을 채워나갔습니다.


헤인스는 "이 불완전한 그림에서 빠져 있는 부분을 채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여자도 예술을 만들 수 있고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습니다"라며 "이 모든 신과 괴물에 관한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원한다면 우리 자신의 모습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저자는 호메로스, 베르길리우스, 헤시오도스, 오비디우스의 서사시와 에우리피데스,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디오도로스 시켈로스, 리비우스의 역사서 등 방대한 문헌을 분석했습니다. 또한 회화, 조각, 크라테스, 킬릭스 같은 고대 유물까지 치밀하게 연구해 여신들의 의미를 입체적으로 고증했습니다.


아이스킬로스의 비극 '오레스테이아 3부작'에 등장하는 복수의 여신들인 에리니에스는 법체계가 확립되기 이전 사회에서 질서 유지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 절대주의자 여신들은 예외 없이 잘못을 저지른 자들을 세상 끝까지 쫓아가 벌을 주었습니다. 이들의 존재만으로도 공포를 일으켜 고대인들이 자연법을 지키게 만들었으며, 이는 복수의 여신들이 약속과 맹세의 수호자라는 중요한 기능도 겸했음을 의미합니다.


이 책은 그동안 오해받았던 그리스 여신들을 재해석할 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여신들을 다시 소환하기도 합니다. 


헤스티아는 조용히 화덕을 지키는 여신으로 존재감이 거의 없었지만, 헤인스는 화덕이 모든 집과 신전의 중심에 위치해 있음을 강조하며 헤스티아가 모든 곳에 거주하는 여신임을 상기시켰습니다. 모든 봉헌물이 불로 태워지기 때문에 헤스티아는 언제나 가장 첫 번째 제물과 마지막 제물을 받는 중요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한국어판에는 독자들이 그리스 여신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추가됐습니다.


각 장의 도입부에는 본문에 언급되는 고전, 유물, 회화 등 예술 작품과 문학 작품, 영화, TV 시리즈 같은 대중문화 콘텐츠 목록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핵심적으로 다뤄지는 회화와 유물은 컬러 화보로 실어 독자들이 쉽게 참고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