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이슈에 묻혀 한 차례 지나갔던 만남이 뒤늦게 관심을 받습니다.
지난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이뤄진 자리로,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과 GS에너지 허용수 부회장, GS칼텍스 허세홍 부회장, 그리고 술탄 알 자베르 아랍에미리트(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ADNOC CEO)이 마주 앉았습니다.
당시에는 '협력 논의' 수준으로만 소개되며 시장 반응도 크지 않았지만,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확대와 가스 공급 안정성 문제가 겹쳐지면서 회동의 의미가 다시 조명되고 있습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술탄 알 자베르 아랍에미리트(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 겸 국영석유회사 아부다비국영석유회사(애드녹) CEO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애드녹 SNS
관심이 향하는 지점은 알 자베르 장관이 가진 정책·공급 권한의 결합입니다. UAE 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장관이면서 동시에 국영 석유기업 ADNOC의 최고경영자라는 직위는, 전력 인프라와 가스 물량이 동시에 검토돼야 하는 AI 데이터센터 논의에서 직접적 의미를 갖습니다.
데이터센터 건설이 본격화될 경우, 전력 공급원으로 이어지는 가스 물량·가격·장기계약 등은 자연스럽게 같은 테이블에서 다뤄지게 됩니다. 업계에서 "단순 인사 이상의 장면"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알 자베르는 기업 면담 전후로 한국 정부 인사들과도 연쇄적으로 접촉했습니다. 기후·에너지 분야 장관 회담이 있었고, 산업 부문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협력, 석유 공동 비축, 석유·가스 공급 협력 등이 폭넓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스타게이트 UAE'로 불리는 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후속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력 수요와 가스 공급이 함께 움직일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회동 당시 시장 반응이 미미했던 이유는 분명합니다. 계약·투자 발표가 없었고, 연말 뉴스가 쏟아지는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현실화되면 전력-가스 연계는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구조입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왜 그 시점에 그 구성원이 한 자리에 있었는가"라는 질문이 뒤늦게 다시 의미를 얻습니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커지고, 가스 확보가 사업 타임라인에 영향을 미치는 순간부터는 '만남'의 무게가 달라진다는 계산입니다.
허용수 GS에너지 대표이사가 애드녹 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사진=애드녹 SNS
업계에서는 이번 회동을 단순 원유 협의를 넘어 수소, 탄소저감 기술, 인프라 투자까지 확장되는 흐름 속에서 읽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장영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동석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하나입니다. 이번 방한이 말로 끝난 일정인지, 아니면 AI 데이터센터-전력-가스 공급 연계 논의의 출발점인지입니다.
한편 술탄 알 자베르는 UAE 산업첨단기술부 장관이자 ADNOC CEO로, 석유·가스 생산능력 확대, LNG 공급망 강화, 장기 공급 계약 체결 등을 직접 조율하는 핵심 의사결정자입니다.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정책과 글로벌 투자 협상을 함께 다루는 위치에 있으며, COP28 의장 경험을 바탕으로 탄소저감·수소·재생에너지 의제까지 외연을 넓히고 있습니다.
산업과 에너지, 감축 기술, 공급망이 동시에 연결되는 구간에서 정책–물량–투자 결정을 함께 조율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