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3일(화)

다시 고개 든 '삼성 반도체'... 이재용 회장, '현장 행보'로 자신감 드러냈다

반도체 현장은 삼성전자의 속내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공간입니다. 이재용 회장이 기흥·화성 반도체 캠퍼스를 직접 찾은 장면은, 삼성전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내부 기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지난해 반도체 경쟁력 저하를 공식 사과했던 삼성전자가 이제는 기술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자신감을 공개 행보로 드러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날(22일)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기흥·화성캠퍼스에 머물며 반도체 핵심 사업 전반을 점검했습니다. 그동안 비공개로 이뤄지던 현장 방문과 달리, 이번 일정은 외부에 공개됐습니다. 


이 회장은 오전 일찍 기흥캠퍼스를 찾아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 단지인 NRD-K(New Research & Development–K)를 방문했습니다. 이곳에서 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시스템반도체 등 차세대 제품과 핵심 기술 개발 현황을 직접 살폈습니다. 기흥캠퍼스에서 식사를 마친 뒤에는 화성캠퍼스로 이동해 디지털 트윈과 로봇을 적용한 제조 자동화 시스템, 인공지능(AI) 기술 활용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사진제공=삼성전자


현장에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과 송재혁 최고기술책임자(CTO) 등 반도체 주요 경영진이 동행했습니다. 이 회장은 이들과 함께 글로벌 반도체 산업 트렌드와 중장기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어 HBM, D1c, V10 등 최첨단 반도체 제품 사업화에 기여한 개발·제조·품질 담당 직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현장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과감한 혁신과 투자로 본원적 기술 경쟁력을 회복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계에서는 이번 공개 행보가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흐름 변화와 맞물려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D램 시장 점유율 회복 조짐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가시화 등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시점이라는 점에서, 현장 중심 메시지를 통해 내부 결속과 대외 신호를 동시에 노렸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 가파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2일 종가 5만 3500원에서 출발해 이날 11만 500원으로 마감하며 약 106%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와 함께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 회복 신호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조직 변화 역시 이런 흐름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전영현 부회장에게 반도체 사업을 맡기며 조직을 재정비한 이후, 성과 홍보보다는 공정 안정화와 수율 개선, 근원적 기술 경쟁력 회복에 역량을 집중해 왔습니다. 최근 D램 가격 상승 국면에서는 최대 생산능력을 가동하며 시장 대응에 나섰고, 이런 전략이 D램 시장 점유율 1위 탈환과 HBM4 고객사 공급 확정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업계에서 나옵니다.


증권가도 회복 흐름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가격 강세를 반영해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 전망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하나증권은 삼성전자의 4분기 매출을 93조원, 영업이익을 18조3000억원으로 제시했습니다. 새해 이후 전망도 밝게 보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은 2026년 삼성전자의 매출을 438조원, 영업이익을 113조원으로 전망하며, 서버용 D램 수요 확대와 HBM 매출 증가가 실적 개선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의 이번 현장 방문은 단순한 점검을 넘어, 삼성전자가 다시 반도체 본업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확인시킨 장면으로 읽힙니다. 시장과 내부를 동시에 겨냥한 메시지라는 점에서, 향후 삼성전자의 반도체 행보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2일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임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사진제공=삼성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