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집권 구조를 겨냥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직격한 가운데, 회장 선임 절차를 둘러싼 논란의 중심에 선 BNK금융지주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다음 달 검사에 착수합니다.
대통령의 공개 비판 직후 감독당국의 검사 일정이 맞물리면서, 빈대인 현 회장의 연임을 둘러싼 긴장감도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BNK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 내달 검사를 진행할 계획입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금융지주 회장 장기 집권 문제를 거론하며 "은행장 했다가 회장했다가 10년, 20년씩 해먹는 구조가 반복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소수가 돌아가며 지배권을 행사하는 부패한 이너서클을 방치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금감원은 회장이나 행장 선임 과정에서 논란이 제기된 복수의 금융회사에 대해 검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이사회가 차기 후보를 추천한 금융지주사뿐 아니라, 아직 후보 선정이 이뤄지지 않은 곳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 속 지난달 8일 이사회가 빈대인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한 BNK금융지주는 첫 검사 대상으로 낙점됐습니다.
BNK금융 이사회는 빈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단독 추천했고, 최종 선임 여부는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됩니다. 다만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따라 회장 선임 절차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사회가 단독 후보를 추천했더라도 중대한 문제가 불거질 경우 이사회는 절차상 재소집될 수 있고, 주주총회 전까지 변수는 남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특정 회사를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금융지주 회장 선임 관행 전반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을 회장 후보군으로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 계열사 CEO 시절까지 포함하면 10년 이상 경영 전면에 서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가 장기 집권과 폐쇄적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는 평가입니다.
사진제공=BNK금융
금감원 검사는 BNK금융에만 국한되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현재 신한금융지주 이사회는 차기 회장 후보로 진옥동 현 회장을 단독 추천한 상황입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달 말 차기 회장 후보를 결정할 예정인데, 임종룡 현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검사 결과가 금융지주 전반의 회장·은행장 선임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만 회장 선임 절차가 진행 중인 민간 금융회사에 대해 감독당국이 검사를 벌이는 것을 두고, 관치금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명분과, 정부가 인선에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맞서는 형국입니다. 대통령의 공개 비판과 감독당국의 검사라는 두 축이 맞물리면서,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쟁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