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가까운 연극 인생을 살아온 배우 윤석화가 마지막 무대 인사를 마쳤습니다. 뇌종양과의 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윤석화의 영결식이 엄숙하게 치러졌습니다.

21일 이날 오전 8시경 영결식은 서울 신촌세브란스 장례식장에서 교회 예배 형식으로 거행됐습니다.

유족을 비롯해 동료 예술인 등 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참석자들은 기도와 찬송으로 고인의 영면을 기원했습니다.

박상원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이 조사를 낭독했습니다.

박 이사장은 1985년 뮤지컬 '애니' 출연으로 윤석화와 첫 만남을 가졌다고 회상하며, "'윤석화 권사 천국환송예배'라는 제목이 연극 같아서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잠시 후에 어디선가 등장해 대사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2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현 한예극장)에서 열린 故 윤석화 배우 노제에서 영정이 운구되고 있다. / 뉴스1

박 이사장은 "윤석화 누나는 누구보다도 불꽃같은 삶을 살았다. 누구보다도 솔직했고, 멋졌다"며 "3년간의 투병과 아팠던 기억은 다 버리고 하늘나라에서 마음껏 뛰어노시길 기원한다"고 추도했습니다.

영결식 후 오전 9시 30분경에는 고인이 2002년부터 2019년까지 직접 운영했던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현 한예극장)에서 노제가 진행됐습니다.

한국연극인복지재단이 주관한 이번 노제에서는 길해연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이 추도사를 낭독했습니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을 비롯한 후배들이 참여해 고인이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던 '꽃밭에서'를 불렀습니다.

최정원은 윤석화가 2003년 제작한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에 출연한 인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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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화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연극인복지재단 이사장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대학로에서의 마지막 인사를 마친 윤석화는 용인공원 아너스톤에 안장되어 영원한 안식에 들었습니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윤석화는 1975년 연극 '꿀맛'으로 연극계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신의 아그네스', '햄릿',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 수많은 작품을 통해 연극계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구축했습니다.

윤석화의 활동 영역은 연극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1994), '명성황후'(1995), 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2018)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습니다.

2002년 건축가 장윤규와 함께 서울 대학로에 개관한 설치극장 정미소는 실험적 연극의 산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2019년 만성적인 경영난으로 문을 닫기까지 '19 그리고 80', '위트' 등 새로운 작품들을 무대에 올리며 연극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연출과 제작 분야에서도 윤석화의 역량은 빛났습니다. '토요일 밤의 열기'를 비롯한 여러 뮤지컬의 연출과 제작에 참여했으며, 제작에 참여한 '톱 해트'는 영국 로런스 올리비에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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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를 넘나드는 행보도 주목받았습니다. 1995년 종합엔터테인먼트사 돌꽃컴퍼니를 설립해 만화영화 '홍길동 95'를 제작했고, 1999년에는 경영난에 처한 공연예술계 월간지 '객석'을 인수해 발행인으로 활동했습니다.

윤석화는 백상예술대상 여자연기상을 네 차례 수상했으며, 동아연극상, 서울연극제 여자연기상, 이해랑 연극상 등을 받았습니다.

2005년 대통령표창과 2009년 연극·무용부문 대한민국문화예술상도 수상했습니다. 정부는 연극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문화훈장 추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