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1일(일)

"KT 해킹 조사, 졸속으로 끝나선 안돼"... 시민단체, KT에 '섬뜩한 경고' 날렸다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질문이 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보다 '어디까지 밝혀질 것인가'입니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다음 사건으로 시선이 옮겨가는 순간, 남는 것은 불신이라는 점에서 이 질문은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KT 개인정보 유출 및 소액결제 해킹 사고를 둘러싼 정부의 민관 합동 조사가 이러한 기로에 놓였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소비자단체는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졸속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며,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와 동일한 기준의 행정조치와 소비자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지난 19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을 통해 "이번 조사는 단순한 기술 점검이나 행정 절차가 아니라, 다수의 KT 이용자가 개인정보 침해와 금전적 피해를 입은 중대한 소비자 피해 사건"이라며 "사고의 전모를 명확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민관 합동 조사단의 책무"라고 밝혔습니다.


문제는 정부의 대응 태도라는 지적입니다. 단체는 조사 결과 발표 직후 조사 인력을 다른 사이버 침해 사고 대응에 투입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진 점을 두고, KT 사고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보다 '사건 정리'를 우선하는 신호로 비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조사 속도 그 자체보다, 그 속도가 향하는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입니다.


소비자단체는 특히 정부의 대응이 SK텔레콤 사고 당시와 동일한 기준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형식적인 권고나 경미한 행정 처분으로는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고, 강력한 행정조치와 책임 있는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피해 소비자에 대한 보상 역시 동일한 수준, 그 이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단체는 SK텔레콤 사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비교했습니다. 당시 SK텔레콤은 전 고객을 대상으로 무료 유심 교체 및 통신요금 할인과 데이터 추가 제공, 위약금 면제 및 환급, 재가입 고객의 가입 연수와 멤버십 등급 복원 등의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소비자들이 해지나 번호이동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보장한 점도 강조했습니다.


실제 SKT는 사건이 발생한지 여러 달 지난 지금까지도 '고객감사제'를 통해 고객 신뢰 회복에 힘쓰고 있습니다. 


2025-12-21 10 39 2111.jpg김영섭 KT 대표 / 뉴스1


반면 KT의 사고 대응 과정에 대해서는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단체는 무단 소액결제 사고를 스미싱으로 치부하며 신고가 지연됐고, 악성코드 발견 이후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고 자체 삭제한 정황이 있다고 단체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해킹과 연관된 서버를 여러 차례 폐기한 점 역시 조사 방해 의혹을 키우는 대목으로 지목했습니다. 그 결과 침해 기간과 유출 정보 범위를 명확히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고, 소비자들은 해킹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한 채 선택권을 박탈당했다는 주장입니다.


사건과 관련한 KT 핵심 관계자가 입건돼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도 이 단체의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KT가 민관 합동 조사단의 최종 결과가 공식 발표돼 소비자가 사고의 실체를 명확히 인지한 시점부터 전 고객 대상 위약금 면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위약금 면제 기간 역시 SK텔레콤과 최소 동일한 수준인 87일 이상이 적용돼야 소비자 권리 보호와 형평성에 부합한다는 입장입니다.


아울러 단체는 "경영진 교체나 수장 교체가 소비자 보상이 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경영 책임자에 대한 문책은 별도의 문제이며,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돌아갈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보상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인적 쇄신으로 모든 책임을 덮으려는 시도는 용납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사진=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소비자단체는 정부를 향해서도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필요하다면 추가적인 민관 합동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졸속 조사는 진실 규명도, 재발 방지도, 소비자 신뢰 회복도 어렵다는 경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