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보유 중인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등 재무적 투자자(FI) 컨소시엄에 매각합니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핵심 회사의 지분 거래라는 점에서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보유 지분 가운데 5%와 15%를 한투PE 등 FI에 넘기기로 결정했습니다. 거래 규모는 약 1조 1천억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화에너지는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최대주주로,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위치한 회사입니다. 현재 지분 구조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50%,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25%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번 거래가 마무리되면 지분 구조는 김동관 부회장 50%, 김동원 사장 20%, 김동선 부사장 10%, 한투PE 등 컨소시엄 20%로 재편됩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지분 정리를 증여세 재원 마련과 함께 향후 신사업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앞서 김승연 회장은 지난 4월 자신이 보유하던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른 세 부담과 각자의 사업 구상을 감안한 조정이라는 분석입니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 사진제공=한화그룹
특히 김동관 부회장이 이번 지분 매각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그룹 후계 구도가 한층 또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장남은 지배력을 유지하고, 차남과 삼남은 일부 지분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역할 분담이 명확해졌다는 해석입니다.
지분을 인수한 FI 컨소시엄은 이사회 참여 등을 통해 한화에너지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에 협력할 계획으로 알려집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중장기적으로 한화에너지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둔 사전 정지 작업이라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편 한화에너지는 2000년대 후반 여수·군장 열병합발전소를 기반으로 출범한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해 왔습니다. 현재 매출에서 집단에너지 사업 비중은 약 15% 수준에 그치며, 친환경 에너지와 미래 기술 분야가 성장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13년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본격 진출한 이후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등에서 태양광 발전소 개발·운영·매각을 잇달아 성사시키며 글로벌 태양광 개발 사업자로 입지를 다졌습니다.
최근에는 태양광 발전을 기반으로 한 전력 리테일, BESS(에너지저장장치) 등 신규 사업 모델을 확대하는 한편, LNG 복합화력과 수소연료전지 발전 사업에도 진출해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2015년에는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 인수에 참여하며 항공·조선·해양으로 이어지는 그룹의 전략적 확장에도 힘을 보탰습니다.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 / 뉴스1
이번 지분 거래는 단순한 재무적 조정을 넘어, 한화그룹의 지배구조와 에너지 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함께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