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30대, 여성 임원의 등장이 눈길을 끕니다.
지난 4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각자 대표 체제를 도입한 광동제약은 최성원 회장과 함께 '투톱 체제'를 이어갈 신임 대표이사로 박상영 사장을 선임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전략, 신사업, 연구개발(R&D) 총괄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의 중장기 비전 수립과 성장동력 확보에 초점을, 박 신임 대표는 경영총괄 CEO로서 주요 사업본부와 지원조직 등을 관리하며 사업 실행력 강화를 주도할 전망입니다.
최성원(왼쪽), 박상영(오른쪽) 광동제약 각자대표 / 사진 제공 = 광동제약
JW중외제약 역시 신영섭 대표 단독 체제에서 신영섭·함은경 각자대표 체제로의 전환을 선택했습니다.
영업과 마케팅에 능한 신 대표의 장점과 연구개발(R&D)에 강점을 지닌 함 대표가 경영을 분담함으로써 조직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핵심 사업 기능별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신영섭(왼쪽), 함은경(오른쪽) JW중외제약 각자대표 / 사진 제공 = JW홀딩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박제임스 단독 대표 체제에서 박제임스·신유열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습니다. 이로써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신임 대표로서 그룹의 주요 신사업인 바이오 사업을 공동 지휘하게 됐습니다.
현재 롯데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욕주 시러큐스 공장 인수 후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확대 및 대규모 바이오 생산캠퍼스 건설 등 글로벌 생산 역량 강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부사장으로 승진해 그룹 내 차세대 경영을 총괄해 온 신 신임대표를 공동 대표로 내세움으로써 젊은 리더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 전략을 꾀할 방침입니다.
신유열 롯데바이오로직스 신임 대표 / 사진 제공 = 롯데
SK바이오팜은 기존 사업개발본부를 이끌어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본부장을 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습니다.
최 전략본부장은 회사의 '중장기 방향 설정',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글로벌 성장 전략', '신사업 검토' 등 SK바이오팜의 컨트롤 타워로서 핵심 의사결정 기능을 담당하게 됩니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오너3세를 기용한 SK바이오팜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그룹의 바이오사업에서 3세의 책임경영이 본격화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SK바이오팜 최윤정 전략본부장 / 사진 제공 = SK바이오팜
창사 이래 최연소 여성 임원 두 명이 동시 배출된 곳도 있는데요. 50대 남성 임원 중심의 구조가 다년간 유지돼 온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여성 임원의 등장은 특히 드문 일입니다.
업계의 '유리 천장'을 깨트린 주인공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김희정 부사장(1981년생)과 안소연 상무(1988년생)입니다.
두 사람은 각각 불확실한 글로벌 환경 속 민첩한 대응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고, 공장의 안정화 단계에서 생산 공정과 일정 관리의 효율화를 주도함으로써 '최연소 부사장'과 '창사 이래 최연소 여성 임원'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희정 부사장(왼쪽), 안소연 상무(오른쪽) / 사진 제공 =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스피는 총 6명의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했는데, 공정 개발과 기술 이전에 강점을 지닌 40대 신지은 부사장이 기업의 최연소 여성 임원이 됐습니다.
이번 인사로 가장 젊은 에피스 임원이 된 정의한 상무(1987년생)는 시판 허가 국가확대를 통한 매출 증가 기반 마련과 바이오시밀러 개발 일정 단축 및 비용 절감에 이바지한 평가를 받습니다.
일동제약그룹은 일동생활건강 대표이사에 박하영 상무를 선임함으로써 창사 첫 여성CEO를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박하영 일동생활건강 대표 / 사진 제공 = 일동제약그룹
'기존의 틀'을 벗어나 젊은 리더와 여성 임원을 적극적으로 기용한 올해 제약·바이오 업계의 인사는 내수 중심 사업에서 글로벌 사업 중심으로 변화하는 산업 패러다임을 쫓기 위한 유의미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연구 역량 자체보다 연구를 '사업화'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 이들 기업은 업계에 존재하는 유리 천장을 깨뜨리며 자국 밖 세계로의 진출을 바라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