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미국 군함 시장을 향한 '현지 거점'을 한층 단단히 쌓았습니다.
미국 앨라배마 모빌과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서 조선소를 운영하는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Austal)의 지분을 19.9%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호주 정부가 승인하면서, 한화가 단일 최대주주로 올라설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입니다.
한화가 앞서 인수한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포함해 미국 동부, 남부, 서부를 잇는 '조선 밸류체인' 구상이 보다 입체적으로 읽히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호주 정부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대4 지분율로 호주에 설립한 현지법인 'HAA No.1 PTY LTD'의 오스탈 지분 19.9% 인수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FIRB) 권고를 반영한 결정입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사진제공=한화그룹
한화는 올해 3월 장외 거래로 오스탈 지분 9.91%를 확보한 뒤, 추가 지분을 더해 최종 지분율을 19.9%까지 끌어올리는 구상을 추진해 왔습니다. 이번 승인은 한화가 오스탈을 '경영권 인수' 목적이 아닌, 규제 틀을 존중하면서도 협업의 지렛대를 키우는 방식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일각에서는 "김동관 부회장의 전략적 판단이 '어려운 난관'을 뚫었다"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19.9%는 경영권 장악과는 거리가 있지만, 단일 최대주주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구간입니다. 오스탈의 경영 전반을 좌우하지는 않더라도 이사회와 주요 의사결정 과정에서 협업 논의를 꺼낼 수 있는 발언권이 커지는 구조로 해석됩니다.
오스탈은 미국 모빌과 샌디에이고를 포함해 호주 서부 헨더슨 등에도 생산 거점을 둔 조선·방산업체입니다.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 프로젝트 수행 경험을 축적해 왔습니다. 미국 내에서는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을 갖춘 업체로 꼽힙니다. 한화로서는 오스탈의 미국 거점을 '현지 네트워크가 이미 구축된 플랫폼'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한화의 시나리오는 '투트랙'으로 요약됩니다.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를 통해 상선 건조 기반을 넓히는 한편, 오스탈의 미국 거점과는 군수 프로젝트 협력과 MRO 연계를 함께 모색하는 구도입니다. 미국 군함 사업은 해외 건조·수리를 제한하는 규정과 절차가 매우 촘촘하기 때문에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정비가 이뤄지는 구조 자체는 큰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한화가 미국 안에서 생산과 정비를 연결할 수 있는 선택지를 늘렸다는 점에서, 미국이 추진하는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흐름과의 접점도 넓어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동관 부회장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사진제공=한화그룹
이 지점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의 구상이 자연스럽게 겹칩니다.
김 부회장은 방산과 조선을 떼어놓지 않습니다. 다른 두 가지를 하나로 묶는, '현지에서 한 덩어리로 굴리는 밸류체인'으로 엮는 데 공을 들여왔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보유한 무장 역량과 한화시스템의 센서·지휘통제·체계통합 역량, 그리고 조선 플랫폼이 결합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통해 한화를 단순히 선박을 건조하는 회사를 넘어 '플랫폼과 탑재체계를 함께 제안할 수 있는 회사'로 포지셔닝한다는 구상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함정 플랫폼과 탑재 체계를 함께 제시하는 순간, 고객 입장에서는 구매·운용의 전체 그림이 한 번에 그려진다"며 "한화가 강점을 가진 분야"라고 평가했습니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도 "한화와 오스탈이 함정 건조 분야에서 전략적으로 협력할 기회가 열렸다"는 취지로 언급했습니다. 한화그룹은 "호주 정부의 결정을 존중하며 앞으로 잘 협력해 미국 사업 등 상호 발전적인 미래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정리하면, 한화는 '한 번에 다 먹는 인수' 대신 '19.9%라는 숫자에 담긴 전략'으로 들어갔습니다. 규제와 절차를 정면으로 존중하면서도, 미국 조선의 동부와 남부, 서부를 잇는 연결고리를 추가해 MASGA 구도에서 발걸음을 앞당긴 셈입니다.
기념사를 하고 있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 사진제공=한화그룹
또 미국·호주 당국에 불필요한 견제를 당할 우려도 씻어냈습니다. 김동관 부회장이 앞에서 끌어온 미국 조선 밸류체인 확장 전략이 드디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