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얼굴은 생각보다 자주, 그리고 조용히 바뀝니다. 편의점 냉장고 문을 열 때 마주치는 음료 라벨, 백화점 쇼윈도의 조명 톤, 심지어 롯데월드타워 안내 표지판의 글꼴까지.
'롯데'라는 이름이 붙은 순간부터 디자인은 고객의 기억을 붙잡는 마지막 한 끗이 됩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이 직접 '디자인 전략' 회의장에 앉은 것도, 그 한 끗을 그룹 차원에서 다시 조이겠다는 메시지로 읽힙니다.
14일 롯데는 지난 1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2025 롯데 디자인전략회의'를 열고 그룹 브랜드와 디자인의 중장기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신 회장을 비롯해 롯데지주 대표이사와 실장, 계열사 대표, 디자인 임원 등 약 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디자인전략회의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됐습니다.
신동빈 롯데 회장과 이돈태 롯데지주 디자인실장(오른쪽 두번째)이 롯데의 디자인 전략 및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전시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 사진제공=롯데지주
올해 회의 주제는 '브랜드 연속성(Brand Continuum)'이었습니다. 이돈태 디자인실장은 변화하는 미래 환경 속에서 롯데 브랜드가 유지해야 할 핵심 가치와 장기적 방향성을 발표했고, 핵심 실행 과제로 '브랜드 전략 관점의 전환: 공급자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가 제시됐습니다.
롯데는 핵심 제품과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경험 개선을 통해 브랜드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목표도 도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회의장에는 디자인 전략과 혁신 사례를 소개하는 전시 부스도 마련됐습니다. 디지털 환경 변화와 사업군별 특성에 맞춰 고도화한 '그룹 CI 가이드라인 2.0'을 비롯해, 과거 롯데웰푸드 심볼이었던 '햇님마크' 등 그룹이 보유한 지식재산권(IP)과 헤리티지 자산을 기반으로 디자인 자산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디자인 IP 밸류업 전략'이 소개됐습니다. 그룹 헤리티지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한 '롯데 시그니처 향' 사례도 함께 선보였습니다.
롯데 관계자는 '디자인전략회의는 롯데의 브랜드 경쟁력과 고객 경험 수준을 높이기 위해 논의하는 자리'라며 '계열사의 디자인 역량을 결집해 그룹 차원의 통합된 브랜드 경험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롯데는 브랜드 전략을 손보는 작업과 별개로, 사람과 조직에서도 '변화의 고삐'를 강하게 죄고 있습니다.
사진=인사이트
롯데는 2024년 11월 말 발표한 2025년 정기 임원인사에서 임원 규모를 전년 대비 13% 줄이고, CEO를 36%(21명) 교체하는 등 고강도 쇄신 기조를 분명히 했습니다. 당시 롯데는 경영 체질 혁신과 구조조정 가속화, 성과 중심 인적 쇄신, 젊은 인재 중용과 외부 전문가 영입 등을 인사 방향으로 제시했습니다.
올해 11월 26일 단행된 2026년 정기 임원인사에선 이 기조가 한층 더 선명해졌습니다.
롯데는 HQ 체제를 전면 폐지하고 계열사 대표와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 체제로 전환하는 동시에, 계열사 CEO 20명을 교체하며 '실행 중심' 인사를 밀어붙였습니다. 신동빈 회장이 올해 하반기 VCM에서 불확실성 극복과 본원적 경쟁력 회복, 그리고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실행'을 강조해 온 흐름과도 맞닿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