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4일(일)

'비정규직' 관행 고치라던 李대통령... 청와대 이전에 정작 하청노동자 200명은 '실직'

대통령실이 청와대 복귀를 위해 본격적인 '이사'에 들어가면서, 청와대 개방 기간 관람·시설 운영을 맡아온 용역노동자들이 대량 실직 위기에 놓였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지난주부터 이전 준비를 해왔고, 업무시설 이전은 성탄절 무렵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청와대가 개방됐던 2022년 이후 청소·조경·보안·안내 등 필수 인력이 '직접고용'이 아닌 '간접고용' 구조로 운영돼 왔다는 점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재단을 설립해 운영을 맡기고, 재단이 다시 용역업체를 통해 인력을 채용하는 방식이 고착되면서, 청와대 복귀로 관람 사업이 종료된 순간 고용 승계가 공중에 뜨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지적입니다.


지난달(11월) 17일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에서 미화, 조경, 보안, 안내 등 관람·시설 운영을 담당하던 간접고용 용역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노조 측은 대통령 집무실의 청와대 복귀 방침이 공식화된 뒤 청와대 관련 분회를 꾸리고 면담을 요청해 왔지만, 대통령실과 재단으로부터 구체적인 고용대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AI 시대의 K-반도체 비전과 육성전략 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 제공 = 대통령실이재명 대통령 / 뉴스1


노조가 밝힌 청와대재단 간접고용 인력은 200여 명 규모입니다. 청와대 개방이 중단된 8월 이후 현장 인력은 휴업 상태로 들어갔고, 올해까지는 기존 계약으로 버티더라도, 내년에는 계약 종료를 이유로 해고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게 노동자들의 우려입니다.


여기에 예산 흐름도 노동자들의 불안을 키우고 있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청와대재단 2026년 예산 가운데 인건비 56억 원을 제외한 사업비가 대폭 깎이는 방향이 거론되면서, "재단이 더 이상 사업 수행기관으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신호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관람·시설관리 사업이 사실상 사라지면, 간접고용으로 묶여 있던 인력의 '다음 자리'가 더 불투명해진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노동계가 특히 겨누는 지점은,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공공부문 비정규직 관행을 정면으로 비판해 온 점입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최저임금은 그 이하로 주지 말라는 금지선이지, 권장 임금이 아니다"라며, 공공부문이 '최저선'을 사실상 기준처럼 써온 관행을 고쳐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에게는, 그만큼 보상도 더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함께 드러냈습니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모범 사용자'를 말한다면, 정부의 상징 공간이었던 청와대에서부터 먼저 기준이 지켜져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바라본 청와대 모습. 2025.12.7 / 뉴스1뉴스1


'청와대 복귀'가 정치적 결단이라면, 그 비용이 고용 취약계층으로만 흘러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대통령실 이전이 속도를 내는 가운데, '청와대의 문'이 다시 닫히는 자리에 남겨질 사람들의 고용 대책이 함께 제시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