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3일(토)

'루나 사태'로 59조원 사기극 벌인 권도형... 미국 법원서 받은 형량은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로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400억 달러(약 59조 원) 규모의 손실을 안긴 권도형(34) 전 테라폼랩스 대표가 미국 법원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 폴 엥겔마이어 판사는 권씨에게 사기 및 공모 혐의로 징역 15년을 선고했습니다. 이는 검찰이 요구한 징역 12년보다도 무거운 형량입니다.


엥겔마이어 판사는 판결문에서 "권씨의 범죄로 투자자들은 400억 달러를 잃었다. 이는 종이 위 숫자가 아니라 세대를 초월한 사기"라며 "권씨는 투자자들에게 거의 신비로운 영향력을 행사했고, 헤아릴 수 없는 인간적 파멸을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최대 백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습니다.


권씨 측은 몬테네그로 구금 생활과 한국에서의 추가 기소 상황을 고려해 징역 5년을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검찰 구형인 12년은 부당하게 관대하고, 5년형 요청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터무니없다"고 일축했습니다. 한국에서 형기를 복역하게 해달라는 권씨의 청구도 기각됐습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 뉴스1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 뉴스1


다만, 권씨가 작년 12월 31일 미국으로 신병 인도된 뒤 구금된 기간과 몬테네그로에서 송환을 기다리며 보낸 17개월의 구금 기간은 이미 형기를 채운 것으로 인정했습니다.


권씨는 테라USD(UST)와 루나(LUNA)가 알고리즘을 통해 자동으로 1달러 가치를 유지한다고 투자자들에게 홍보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21년 테라 가격이 하락하자 테라폼랩스와 계약한 투자회사에 테라를 몰래 사들이도록 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부양했습니다.


권씨는 이러한 시장 개입 사실을 철저히 숨긴 채 "테라 프로토콜이 가격을 회복했다"고 거짓 주장하며 투자자들을 속였습니다.


결국 테라-루나는 2022년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며 폭락했고, 이는 3AC(쓰리애로우스캐피털) 파산과 FTX 붕괴 등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연쇄적인 위기를 불러왔습니다.


권씨는 올해 초 증권 사기, 통신망 사기, 시세 조종 공모 등 9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미국으로 신병 인도 직후 9개 혐의 모두 무죄를 주장했으나 지난 8월 입장을 바꿔 사기 공모와 통신망 사기 등 2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 테라폼랩스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 테라폼랩스


검찰은 플리바겐(유죄 인정 조건부 감형) 협상에 따라 혐의를 대폭 축소했고, 권씨는 1900만달러(약 280억원) 몰수에 동의했습니다. 모든 혐의가 유죄일 경우 최대 징역 135년형도 가능했으나, 협상을 통해 적용 형량의 상한은 25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형사 처벌과 함께 금전적 배상 책임도 확정됐습니다. 권씨와 테라폼랩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45억5000만달러(약 6조7000억원) 규모의 합의를 체결했으며, 권씨 개인 벌금만 8000만달러(약 1180억원)에 달합니다. 권씨는 앞으로 가상화폐 관련 모든 업무에서 영구 배제됩니다.


한편 미국 법무부는 권씨가 형기의 절반을 마친 뒤 조건을 준수할 경우 국제수감자이송 프로그램 신청에 반대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권씨는 약 7~8년 복역 후 한국으로 송환돼 남은 형기를 치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권씨는 미국 내 형사재판과 별개로 한국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이며, 배우자와 4세 딸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권씨 변호인은 이날 권씨가 한국으로 송환된 뒤 다시 한국법에 따라 중범죄로 처벌받을 것이라며 이를 양형 판단 시 정상참작 사유로 고려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엥겔마이어 판사는 "첫 번째 법원이 두 번째 법원의 결정을 추측해 결정할 수는 없다"며 경감 사유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로이터 등 외신은 이번 판결에 대해 "2022년 암호화폐 붕괴 이후 법적 심판대에 오른 '코인 거물'들 중 한 명에 대한 중대한 메시지"라며 "가상자산 시장의 불투명성과 사기 행위에 대해 미국 사법당국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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