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국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둘러싼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가운데,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과 우원식 국회의장 간 격렬한 신경전이 벌어졌습니다.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국민의힘은 이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에 돌입했습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곽 의원은 단상에 오르기 전 우 의장에게 90도로 허리를 굽혀 약 5초간 인사를 했습니다. 이는 지난 9일 나경원 의원이 인사 없이 단상에 올라 우 의장이 문제를 제기했던 상황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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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장은 "이렇게 서로 인사하는 것이 국회를 존중하는 것이고, 또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곽 의원은 연설을 시작하자마자 '61년 만에 국회의장이 필리버스터 방해한 곳'이라는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들어 보였습니다.
그는 "국회의장님께서 국회 담벼락에다가 본인을 기념하기 위해 담을 넘은 곳이라고 설치를 해놨다. 제가 국회의장님 좋아하기 때문에 하나 더 기념하시라고 만들어왔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피켓 내리라", "창피한 줄 알라" 등의 항의를 쏟아냈습니다.
우 의장은 "그냥 두셔도 괜찮다"면서도 "곽 의원이 설치한 것은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물건임에도 본인이 국회법을 어기겠다고 하니 그것에 대해선 국민들이 판단하실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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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의원은 발언 내용에 맞춰 스케치북을 계속 넘기며 필리버스터를 이어갔습니다. 민주당의 항의가 계속되자 '국회의장님, 또 마이크 끄시게요?'라는 문구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는 "러브 액츄얼리라고 하는 영화에서 나오는 것을 본떴다. 좀 예쁘게 성탄절 분위기도 내려고 빨간색에 무늬도 넣고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곽 의원은 형사소송법 개정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 왜곡죄 신설 등을 비판할 때도 관련 문구가 적힌 스케치북을 활용했습니다.
의제와 무관한 발언이 이어지자 우 의장이 제지에 나섰고, 곽 의원은 "국회법에 무제한 토론하는 의원 발언 중간에 낄 수 없게 돼 있다. 중지하라"고 반발했습니다.
우 의장은 "이렇게 작심하고 국회법을 지키지 않겠다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응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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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 의장은 지난 9일 본회의에서 나 의원이 가맹사업법 반대 필리버스터 중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등을 비판하자 국회법 102조를 언급하며 의제와 관련 없는 발언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나 의원이 민주당 비판을 계속하자 강제로 마이크를 차단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우 의장은 소수당 필리버스터를 자의적으로 중단시키며 민주당과 이재명 정권의 입법 폭주를 비호하는 시녀 노릇을 자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61년 전인 1964년 이효상 의장이 김대중 의원 마이크를 끊었던 사건을 언급하며 "국회의장의 '입틀막'은 단 두 번뿐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날 정치적 중립을 어기고 마이크를 끈 우 의장에 대한 사퇴촉구 결의안을 제출했습니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나경원·곽규택 의원에 대한 징계요구안을 제출하며 대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