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삼라마이다스)그룹의 마곡 사옥이 10년 만에 매물로 나와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M그룹 마곡 본사의 매각 주관사는 삼일회계법인으로, 원매자들을 상대로 티저레터를 발송하며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이 건물은 2015년 준공된 지하 2층·지상 12층 규모로, 대지면적 2991㎡, 연면적 1만5697㎡ 수준입니다. 대한해운, 티케이케미칼, SM상선 등 그룹 해운·제조·서비스 계열사가 입주해 왔고, 영등포 당산 사옥에는 수도권 건설 계열사가 모여 있는 구조였습니다.
입지는 흠잡기 어렵습니다. 마곡산업단지 초입, 지하철 5호선 발산역과 9호선 양천향교역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에 이대서울병원, NC백화점, 향후 이마트 트레이더스 입점 예정까지 생활 인프라가 갖춰져 있습니다. 마곡 일대를 중심으로 LG, 롯데, DL이앤씨, 이랜드, 넥센타이어, 에쓰오일 등 대기업 연구·업무시설이 속속 들어오면서 '직주근접 R&D 허브'로도 자리 잡았습니다.
SM그룹 마곡 사옥 / 네이버지도 거리뷰
다만 SM그룹이 이런 입지와 공공단지 혜택을 누리면서, 정작 그 전제가 되는 '연구시설'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됩니다.
마곡산단에서 교육연구시설 용지에 입주하려면 전체 연면적의 최소 50%를 연구시설로 쓰도록 돼 있습니다. 그런데 2021년 12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현장점검 결과, 그룹 본부와 2개 계열사가 허가 없이 입주했고 연구시설 면적도 요건을 크게 밑돈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SH공사는 2022년 SM 측에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이후 점검에서 일부 계열사가 문제를 저지른 게 확인됐습니다. 결국 올해 들어 서울시와 서울경제진흥원(SBA)은 SM그룹 컨소시엄에 마곡산업단지 입주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SM그룹은 이제 해당 마곡 사옥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그 사이 마곡 땅값은 상승했습니다. 여러 매체 보도에 따르면 SM그룹이 이 부지를 확보할 당시 토지 원가는 약 97억원, 공사비는 147억원 수준으로 총 투자금은 244억원 규모였습니다. 인근 단지와 상업시설 시세를 감안하면 투자 당시보다 시세는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네이버지도 거리뷰
일각에서는 "결과적으로 공공단지에 들어가 시세차익을 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SM그룹 내부는 원하지 않은 매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시세차익을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로 알려집니다.
SM그룹에 더 뼈아픈 대목은 따로 있습니다. 마곡산단은 애초 서울시가 R&D 중심 신산업 클러스터로 키우겠다며 각종 인센티브를 걸었던 공공단지입니다. 이런 곳에서 연구시설 요건을 채우지 못하고, 시정명령까지 수차례 받다 결국 나가는 것은 그룹 평판에 부정적입니다.
그룹의 리스크 관리 능력에 의문을 남깁니다. 다른 대기업들이 R&D센터, 연구개발 인력 확충으로 '마곡발 혁신 스토리'를 쌓는 사이, SM그룹은 그러지 못했다는 현실이 주어진 셈입니다.
마곡 사옥 매각은 그래서 단순한 부동산 거래로 규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SM그룹을 준법 리스크의 시험대로 올려놓을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