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1일(목)

조현상, "내가 회장 안 한다"는 메시지... '샐러리맨 신화' 김규영 회장 앉힌 HS효성

HS효성그룹이 출범 이후 첫 대규모 인사를 단행하며 변화의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계열 분리로 독자 경영 체제를 세운 뒤, 오너 3세인 조현상 부회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한발 물러섰고, 대신 기술통 전문경영인을 그룹 회장으로 세우는 선택을 했습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한마디로 "내가 회장 안 한다, 기술통을 세운다"로 풀이됩니다.


지난 9일 HS효성은 김규영 전 효성그룹 부회장을 HS효성그룹 회장으로 선임하는 내용이 담긴 2026년 정기 임원 인사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인사에서는 송성진 트랜스월드 PU장과 양정규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대표이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신규 임원 2명을 포함해 총 10명의 임원 인사가 이뤄졌습니다.


image.png김규경 HS효성 신임 회장(前 효성그룹 부회장) / 사진제공=HS효성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계열 분리 직후 새 그룹의 얼굴로 오너가 아닌 샐러리맨 출신 기술통을 앞세웠다는 점입니다. 재계에서는 조현상 부회장이 스스로 회장 직함을 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부회장에 머물며, 김규영 회장을 전면에 내세운 구도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배력은 오너 3세가 쥐고, 대외적으로는 기술과 품질을 상징하는 전문경영인이 그룹을 이끄는 그림을 선택했다는 해석이 대체적입니다.


회사 측은 HS효성 가족들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며 역량을 갖추면 누구나 그룹의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조 부회장의 평소 지론을 이번 인사에 반영했다고 설명합니다. 조 부회장이 그동안 내부에서 강조해 온 '사람 중심', '가치 중심' 경영을 실제 인사로 보여줬다는 의미입니다. 계열 분리 이후 불확실성을 줄이고, 오너 리스크보다는 기술과 시스템을 앞세운 그룹 이미지를 만들겠다는 의도도 부분적으로 읽힙니다. 


김규영 회장은 '효성'에서 신화적 존재입니다. 50년 넘게 근무하며 부회장 자리에 올랐던 대표적 '샐러리맨 출신' 전문경영인입니다. 1972년 동양나이론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뒤 언양·안양 공장장, 중국 총괄 사장, 그룹 최고기술책임자와 기술원장, 지주사 대표 등을 지내며 섬유기술과 품질 혁신을 이끌어 왔습니다. 


특히 스판덱스 기술 개발과 기술·품질 체계 확립에 앞장서 효성그룹의 기술 기반 경쟁력 강화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HS효성이 출범 첫 회장으로 김 회장을 선택한 것은 그룹 정체성을 기술·품질 중심으로 분명히 하겠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공급망과 물류를 책임져온 송성진 부사장은 글로벌 고객 비중이 높은 HS효성의 사업 특성을 고려할 때 향후 그룹 성장의 핵심 축으로 꼽힙니다. 회사는 송 부사장이 물류 운영과 공급망 안정화를 통해 그룹의 글로벌 가치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원자재와 운임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 공급망 관리를 최고경영진 레벨로 끌어올렸다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125125125125.jpg조현상 HS효성 부회장 / 뉴스1


AI와 디지털 전환 사업을 이끌어온 양정규 부사장은 HS효성의 기술 기반 사업군 확장에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됩니다. 국내 하이엔드 스토리지 시장에서 11년 연속 1위를 기록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 전체의 디지털 역량 강화와 신사업 확장을 주도할 전망입니다. 제조업 기반 그룹이 데이터와 AI를 활용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흐름을 HS효성이 정면으로 따라잡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기획관리 부문에서는 박창범 상무보가 신임 임원으로 발탁됐습니다. 박 상무보는 인재 육성과 조직문화 개선 분야에서 두드러진 리더로 꼽히며, 그룹 출범 이후 이어져 온 조직문화 재정비와 인재 육성 체계를 이끌 예정입니다.


여성 신규 임원으로는 정유조 상무보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정 상무보는 경영기획, ESG, 신사업 등 주요 부서를 거친 기획 전문가로, 지난해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워킹맘과 HS효성인상을 수상하며 역량을 인정받았습니다. HS효성첨단소재 신사업팀장을 맡아 신규 사업을 발굴해온 만큼, 그룹의 사업 다각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HS효성은 최근 여성 임원 발탁과 외국인 임원인 테리 스와너 선임 등 인사 다양성을 강화해 왔으며, 이번 인사에서도 그 기조를 유지했습니다. 회사는 새로운 진용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조현상 부회장이 강조해 온 가치경영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김규영 회장의 발령 일자는 2026년 4월 1일이며, 승진 임원들은 2026년 1월 1일자로 임명됩니다. 계열 분리 이후 첫 대규모 인사에서 조현상 부회장은 스스로 회장 자리를 비워둔 채 기술통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세웠습니다. HS효성이 이 구도를 바탕으로 독자 그룹으로서의 성적표를 어떻게 써 내려갈지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