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0일(수)

한화, 비욘세 남편 제이지와 함께 '이 일' 한다는데... 엔터·뷰티 업계 술렁

미국 래퍼 제이지가 공동 설립한 투자사 마시펜캐피털파트너스와 한화자산운용이 한국 K-컬처와 라이프스타일 기업에 투자하는 5억 달러(약 7천3백억 원) 규모 사모펀드 조성에 나섰습니다. 방산·에너지 그룹 이미지가 강했던 한화가 글로벌 블랙 캐피털과 손잡고 K-브랜드 성장 자본의 관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두 회사는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아부다비 파이낸스 위크에서 아시아 지역 투자펀드 시리즈를 조성하기 위한 협약을 맺고, 엔터테인먼트와 뷰티, 식음료, 패션·라이프스타일 분야의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5억 달러 규모 사모펀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펀드는 내년 하반기부터 연기금·국부펀드·고액자산가 등을 대상으로 본격 자금 모집에 나설 계획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외형만 놓고 보면 중형급 프라이빗에쿼티(PE) 펀드에 그치지만, 시장의 시선은 한화의 행보에 더 쏠립니다.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등 방산·조선 계열사를 앞세워 글로벌 방산 강자로 자리 잡아 왔고, 태양광·수소 등 에너지 사업에서도 존재감을 키워 왔습니다.


뉴스톡톡] 한화솔루션 공정위 제재···승계구도 영향? 기업 산업/재계 기사본문 - 서울파이낸스한화그룹 사옥 / 사진제공=한화그룹


여기에 이제 K-팝과 드라마, K-뷰티·푸드로 대표되는 한국 라이프스타일 산업을 겨냥한 성장 자본의 플랫폼까지 한 축으로 더하겠다는 구도이기 때문입니다.


한화와 손을 잡은 마시펜은 태생부터 상징성이 뚜렷한 투자사입니다. 제이지가 만든 마시 벤처 파트너스와 미국 흑인 자본 운용사인 펜듈럼 홀딩스의 투자 부문이 2024년 합병해 출범한 블랙 오너십 기반의 투자사로, 문화·라이프스타일 소비재를 중심으로 약 9억~11억 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리한나의 속옷 브랜드나 미니멀 뷰티, 스트리트 주얼리 브랜드 등에 투자한 이력이 대표적입니다. 글로벌 흑인 문화와 소비 트렌드를 읽어온 블랙 캐피털이 한류와 직접 손을 잡는 첫 대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단순 재무투자를 넘어 문화 동맹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양측은 공동으로 마시펜 아시아라는 합작법인도 출범시킵니다. 마시펜이 지분 과반을 보유하고, 서울에 둔 투자팀이 운영을 맡는 구조입니다. 이 법인은 한국을 거점으로 아시아 전역의 소비재·라이프스타일 기업에 투자하는 팬아시아 성장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됩니다. 한화자산운용이 한국·아시아 기업 발굴과 딜 구조 설계를 맡고, 마시펜은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투자 경험과 북미 네트워크를 제공하는 역할 분담입니다.


이들이 노리는 시장은 이미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각종 연구와 정책 보고에 따르면 K-팝, 드라마, 게임, 뷰티·푸드·패션을 아우르는 한국 대중문화 관련 수출은 자동차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 소비재 수출 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일부 분석에선 한류가 전 세계에서 창출하는 경제적 가치가 3백억 달러를 넘었다는 추정도 나옵니다.


GettyImages-1346461789.jpg제이지(Jay-Z) / GettyimagesKorea


한마디로 K-컬처는 더 이상 이미지나 외교 자산이 아니라, 글로벌 사모펀드가 본격적으로 베팅하는 소비재 산업군으로 올라섰다는 의미입니다.


이번 파트너십은 한화의 그룹 이미지 관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풀이됩니다. 방산·조선·에너지에서 굳건한 입지를 구축하면서, K-컬처·K-뷰티·K-푸드 등 MZ세대와 글로벌 소비자에게 직결되는 영역에서 성장 자본을 공급하는 투자자 그룹으로 포지셔닝할 수 있어서입니다.


ESG와 다양성·포용을 중시하는 글로벌 자본 시장 흐름 속에서, 흑인 오너십 기반 투자사와의 동행이 상징하는 메시지도 분명합니다.


다만 펀드의 출범이 곧바로 '성공'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실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여러 난관을 이겨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상장된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높게 형성돼 있는 데다, 특정 아티스트나 장르에 대한 의존도가 큰 산업 구조 특성상 리스크가 크다는 분석입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K-뷰티·푸드·패션 분야에서도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단순한 한류 프리미엄만으로는 장기 성장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도 유념해야 할 부분입니다. 한화가 이 부분에서 혜안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번 펀드가 대형 기획사 지분 매입보다는, 글로벌 확장 단계에 진입한 중견 뷰티·식음료·라이프스타일 기업을 발굴해 키우는 성장 파트너 역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와 제이지의 마시펜이 함께 띄우는 5억 달러짜리 K-컬처 펀드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K-컬처를 소비하는 시대에서, K-컬처에 자본을 공급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시대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제까지 한화는 방산·조선·에너지 그룹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히려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블랙 캐피털과 손잡고 한국 라이프스타일 산업의 관문을 자임한 한화가 향후 어떤 K-브랜드를 세계 무대로 발돋움 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