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업계가 중남미 시장 개척에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현대로템이 페루와 체결한 대규모 지상무기체계 수출 합의가 K방산의 중남미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9일(현지시간) 대통령실과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페루 수도 리마에서 현지 육군조병창(FAME)과 지상장비 공급을 위한 총괄합의서를 체결했습니다. 

이번 합의서에는 K2전차 54대와 K808 차륜형 장갑차 141대 도입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K2 전차 / 뉴스1

현대로템은 이번 총괄합의서를 토대로 내년까지 페루 측과 구체적인 수출 조건 및 금액 협상을 진행해 이행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방산업계는 현지 조립·생산시설 구축과 교육훈련, 후속 군수지원 패키지가 포함될 경우 계약 규모가 3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이번 총괄합의를 통한 지상 장비 수출 규모는 중남미 지역 방산 수출 중 최대규모"라며 "이행계약까지 성공적으로 체결되면 K2전차가 유럽을 넘어 중남미 지역에 최초로 진출하는 사례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페루와의 지상 장비 총괄합의서 체결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양국의 국방, 방산 협력을 획기적으로 격상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페루가 전력 보강과 함께 자국의 산업 발전을 위해 K방산을 선택한 만큼, 양국이 상생할 수 있는 방산협력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9일(현지 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K2 전차 및 K808 차륜형장갑차 공급 총괄합의 체결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호르헤 자파타 페루 조병창 대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에르네스토 알바레스 페루 국무총리, 페르난도 로스피글리오시 페루 국회의장, 호세 헤리 페루 대통령, 이용철 방위사업청장, 세사르 디아스 페루 국방부장관, 세사르 브리세뇨 페루 육군 총사령관, 오스왈도 까예 따예도 페루 육군 총참모총장, 호르헤 아레발로 페루 육군 군수사령관, 최종욱 주페루 대한민국 대사, 김태곤 방위사업청 국제협력관 / 현대로템

호세 헤리 페루 대통령 주관으로 열린 총괄합의서 서명식에는 이용철 방사청장이 한국 정부 대표로 참석했습니다.

이용철 청장은 헤리 대통령의 초청으로 페루 육군의 날 행사에 참여한 후 육군본부로 이동해 서명식에 배석했습니다.

체결식 이후에는 헤리 대통령을 비롯한 페루 정부 고위인사들과 면담을 갖고 '한국 정부가 이행계약 체결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번 계약은 페루가 그동안 한국으로부터 공군 기본훈련기와 해군 함정, 장갑차 등 지상·해상·공중 무기체계를 꾸준히 도입해온 가운데, 대규모 총괄합의를 통해 육군 현대화 계획의 기준점으로 K방산을 선택했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페루는 국가 안보와 국방기술 강화를 위한 핵심 파트너로 방산강국인 한국을 낙점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12월 5일 최정예 300전투원 대표선발을 위한 군단 경연대회에서 K2전차가 표적을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는 모숩. (육군 제공) / 뉴스1

정부 안팎에서는 한국 정부와 방산기업, 현지 정부기관과 업체가 10년 이상 쌓아온 신뢰가 이번 대규모 수출 합의로 결실을 맺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정권교체와는 무관하게 기업(현대로템)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이고, K방산이 중남미로 시장을 크게 넓힌 것도 성과"라고 말했습니다. 

정부와 방산업계는 페루와의 이번 합의가 K방산의 본격적인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K방산은 올해 들어 K9자주포 20문 베트남 수출(약 3700억원), FA-50 경공격기 12대 필리핀 수출(약 1조원), K2전차 180대 폴란드 추가수출(약 9조원) 등 연이은 수주 성과를 기록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