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0일(수)

중국계 자본에 넘어가게 생긴 이지스 운용... 흥국생명 "입찰액 유출" 가능성 제기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중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된 가운데, 인수 경쟁에 뛰어든 흥국생명이 매각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았습니다.


지난 8일 매각 주관사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이지스자산운용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힐하우스가 선정됐다고 밝혔습니다.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중국계 기업가 장레이가 미국 예일대 재단 출자금으로 설립한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로, 본사는 싱가포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힐하우스는 본입찰에서 9,000억 원대를 제시해 최고가 1조 500억 원을 기록한 흥국생명과 9,000억 원대 중반을 제시한 한화생명보다 낮은 금액을 써냈는데요. 


사진 제공 = 이지스자산운용사진 제공 = 이지스자산운용


하지만 이후 주관사가 제안한 프로그레시브 딜에 참여해 인수가를 1조1,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됐습니다. 


경매호가식 입찰로도 불리는 '프로그레시브 딜'은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정 금액 이상을 제시한 본입찰 통과자들이 최종 낙찰자 결정까지 입찰 기한을 정하지 않고 추가 가격 경쟁을 지속하며 매각가를 높이는 방식입니다.


이에 대해 흥국생명은 지난 9일 공식 입장문을 내고 "한국 부동산 투자 플랫폼을 노린 중국계 사모펀드와 거액 성과급에 눈먼 외국 주간사의 공모 합작품"이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태광그룹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사옥 / 사진 제공 = 태광산업태광그룹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사옥 / 사진 제공 = 태광산업


흥국생명 측은 "주주대표와 매각주관사는 본입찰을 앞두고 프로그레시브 딜을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본입찰 이후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더니 힐하우스에 프로그레시브 딜을 제안하며 인수 희망 가격을 본입찰 최고가 이상으로 올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흥국생명은 "당초 약속은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높이기 위한 술책에 불과했다"며 "이 과정에서 매각주관사가 힐하우스에 흥국생명의 입찰 금액을 유출했을 가능성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사진 제공 =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사진 제공 = 힐하우스 인베스트먼트


흥국생명 측은 "주주대표와 매각주관사가 보여준 기만과 불법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해 이번 결정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가 이미 선정된 상황, 결과 변경은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추후 신청이 접수되면 금융감독원에서 원칙대로 심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