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8일(월)

호반 2세 형제 투톱 완성... 치고 올라오는 '동생' 김민성, 초조해진 '형' 김대헌

호반그룹이 김대헌 사장·김민성 부사장 '형제 투톱' 체제를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오너 2세 간 묘한 긴장감도 함께 부각되고 있습니다. 장남이 그룹의 얼굴인 호반건설을, 차남이 비건설·M&A의 전진기지인 호반산업을 맡는 구조 아래, 장녀 김윤혜 사장이 이끄는 호반프라퍼티까지 더해지며 '3각 계열분리 준비+형제 투톱' 구도가 더욱 선명해졌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단연 1994년생 차남 김민성 부사장입니다. 2018년 호반산업 상무로 입사한 뒤 2021년 전무, 2024년 호반그룹 기획 전무를 거쳐 2년 만에 부사장까지 올라섰습니다. 대한전선 인수 이후 전선·제조 포트폴리오를 키우고, LS 지분 투자·차익 실현까지 주도하면서 그룹 비건설 축을 키운 '성과'가 승진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호반그룹호반그룹


반대로 장남 김대헌 사장은 그룹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호반건설'에서 버티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사실 숫자만 놓고 보면 최근 몇 년간 형보다 동생 쪽 그래프가 더 가파르게 올라간 것도 사실입니다. 대한전선을 품은 호반산업은 그룹 내 비건설 매출을 폭발적으로 키우며 2024년 기준 그룹 전체 매출의 절반을 담당하는 계열사가 됐습니다. 호반그룹 매출은 2021년 5조 7,684억 원에서 2024년 8조 2,843억 원으로 늘었는데, 이 가운데 호반산업 비중은 같은 기간 39.3%에서 50%까지 올라섰습니다.


대한전선 성장세는 더 극적입니다. 호반 편입 전인 2021년 연 매출 1조 원대던 회사는 2023년 2조 8,440억 원, 2024년 3조 2,913억 원으로 매년 '역대 최대 매출'을 갈아치우며 그룹 내 '넘버원 매출 계열사'로 올라섰습니다. 초고압 전력망·해저케이블 등 인프라 투자 호황이 겹치면서, 건설 경기와 탈동조화된 캐시카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도 우호적입니다.


여기에 올해 LS 지분 투자·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까지 더해졌습니다. 호반산업은 올해 3월 LS 지분 약 4%를 매입한 뒤 불과 8개월 만에 대부분을 처분해, 단순 계산으로 수백억~1,000억 원대 평가 차익을 거둔 것으로 분석됩니다. 거래 주체가 장남이 이끄는 호반건설이 아니라, 김민성 부사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호반산업이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재계에서는 "차남이 그룹 '딜 메이커' 역할을 확실히 각인시켰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 사진제공=호반그룹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 / 사진제공=호반그룹


반면 호반그룹의 얼굴이자 사실상의 지주사 격인 호반건설은 부동산 경기 급랭의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호반건설 매출은 2022년 2조 7,300억 원에서 2023년 1조 7,400억 원대로 크게 꺾였습니다. 부채비율이 50%대 초중반으로 동종 대형사 대비 상당히 낮고, 서울 도시정비·강남권 수주를 노리는 장기 전략도 갖고 있지만 당장 숫자적인 부분에서는 호반산업과 격차가 크다는 게 현실입니다. 


이 구도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형제 투톱이지만, 실적 그래프만 보면 동생이 먼저 치고 올라온 그림"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호반건설주택 합병을 통해 2010년대 후반 사실상 2세 승계를 마무리했던 쪽이 장남 김대헌 사장이라면, 2020년대 들어 대한전선·LS 투자 등을 통해 추가 '성과 카드'를 쌓아 올린 쪽은 차남 김민성 부사장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호반산업은 한때 지주사 전환을 위한 물적분할(HB호반지주)을 추진했다가, 잠정 보류한 상태입니다. 대한전선을 중심으로 한 제조·전선 포트폴리오에 LS·한진칼 등 외부 지분 투자까지 엮이면서, 시장에서는 "기회만 맞으면 언제든 계열분리·독자 노선에 나설 수 있는 구조를 이미 만들어 놓았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결국 현재의 호반그룹은, 지주사 성격의 호반건설(장남)·호반산업(차남)·호반프라퍼티(장녀)를 정점으로 한 '3각 체제'가 사실상 완성된 상태에서, 그 위에 김대헌·김민성 형제가 그룹 전략·자금 배분을 함께 논의하는 형식의 '형제 투톱'이 올라간 구조로 읽힙니다. 각자 맡은 회사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는 보폭을 맞추는 그림입니다.


김민성 신임 부사장 / 사진제공=호반그룹김민성 신임 부사장 / 사진제공=호반그룹


이런 구도 때문일까요. 장기적으로 '선의의 형제 경쟁'으로 작동할지, 아니면 '차기 경영권 점수를 더 따내기 위한 과도한 오너십 활용'으로 흐를지에 대한 우려가 자연스레 나옵니다. 


그룹 내부 요인도 변수입니다. 김상열 전 회장은 이미 모친 유산을 둘러싸고 형제 간 소송전에 휘말린 바 있습니다. 집안 내부에서 한 차례 상속 갈등을 겪은 만큼, 2세 삼남매로 넘어가는 계열분리·지분 정리 과정도 '매끄럽게만 흘러갈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관측에 힘이 실립니다.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차남 김민성 부사장의 '성장 스토리'가 화려해질수록, 장남 김대헌 사장이 느끼는 압박감도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호반건설이 서울 도시정비·강남권 수주에 성공해 브랜드 파워를 끌어올리고 건설 본업에서 다시 한 번 '숫자로 증명'하지 못한다면, 그룹 내 무게중심은 비건설 축으로 더 기울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재계에서는 이 지점을 두고 "형제 간 선의의 경쟁이 계열사 성과와 지배력 경쟁으로 비화할 경우, 시장·노동현장·소액주주에게 리스크가 전가될 수 있다"는 말을 조심스럽게 꺼냅니다. 이미 전선·건설·골프·금거래소·미디어·한진칼 지분 투자까지 사업군이 복잡하게 얽힌 만큼, 오너 2세들이 '성과'를 증명하기 위해 단기 실적과 공격적 딜에 더 기울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뉴스1뉴스1


다만 김상열 창업회장이 아직 건재한 만큼, 형제 투톱과 3각 계열 구조는 '공동 경영'일 가능성이 큽니다. 계열분리 준비를 하더라도, 그룹 차원의 시너지(공동 시공·자금 운용·브랜드·인재 풀)를 유지하는 쪽이 당장은 더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향후 5~10년, 실제 지분·의사결정 권한이 2세들 중심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시점입니다.


결국 이번 인사는 호반그룹이 형제 투톱 아래 3각 계열분리의 '판'을 깔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치고 올라오는 차남의 성과와 건설 본업에서 다시 한 번 승부를 봐야 하는 장남의 부담이 맞물린 가운데 '건설 vs 비건설' 부문의 경쟁이 격화하지 않을지, 성과·지배력을 투명하게 설명해 나갈 수 있을지, 시장은 앞으로의 몇 년을 조용히 지켜볼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