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8일(월)

중국 배터리 '가격 공세' 속... LG에너지솔루션, 벤츠 2조원 물량 품었다

중국 업체들이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거세게 파고드는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이 메르세데스 벤츠의 2조원대 장기 물량을 확보하며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입증했습니다. 가격 공세 일변도의 중국 배터리와 '차원이 다른' 퍼포먼스를 인정받은 수주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습니다.


8일 LG엔솔은 메르세데스 벤츠 AG와 약 2조 6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습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25조 6천196억 원의 약 8퍼센트에 해당하는 규모로, 공급 지역은 북미와 유럽, 계약 기간은 2028년 3월 1일부터 2035년 6월 30일까지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회사는 향후 협의에 따라 세부 조건이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CATL과 BYD 등을 앞세운 중국 배터리의 약진은 분명합니다. 공격적인 증설과 저가 전략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완성차 업체들의 선택지를 빠르게 잠식해 왔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가 북미와 유럽 전략 물량을 다시 LG엔솔과 묶은 것은 기술력과 품질, 안전성에서 여전히 신뢰를 받고 있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단가만을 기준으로 했다면 나오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LG엔솔 입장에서는 실적과 생산 측면에서도 의미가 큽니다. 전기차 수요 조정과 주요 고객사의 생산 변동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년 치 물량이 계약 형태로 확보되면 북미와 유럽 공장을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고, 투자 계획을 세우는 데도 기준점이 생깁니다.


LG에너지솔루션사진제공=LG에너지솔루션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도 LG엔솔에 힘을 보태는 요인입니다. 미국과 유럽이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려는 방향으로 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조달처를 다양화하면서도 검증된 파트너를 중심축에 두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벤츠 2조원 물량이 당장 시장 판도를 뒤집는 규모는 아니지만, 중국 배터리 공세 속에서 한국 배터리가 어디에서 승부해야 하는지 보여 주는 사례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가격 경쟁이 아닌 기술과 신뢰, 프리미엄 고객과의 장기 동맹을 축으로 한 전략이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