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롯데 신유열·GS 허세홍처럼... '지분 매입=후계 신호' 공식, 코오롱 이규호도 시작

코오롱그룹 4세 경영의 중심에 있는 이규호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지분을 처음으로 직접 매입하면서 재계에서는 "이규호 체제 출범의 신호가 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단순한 개인 투자로 보기엔 시점과 선택한 계열사, 의미가 모두 묵직하다는 평가입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코오롱인더스트리 2,441주, 코오롱글로벌 10,518주를 약 2억원 규모로 장내 매수했습니다. 


매입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그동안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았던 이 부회장이 처음으로 지분을 취득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현재 코오롱 승계의 마지막 단계는 부친 이웅열 명예회장이 보유한 ㈜코오롱 지분 49.74%이며, 해당 지분이 이 부회장에게 넘어가면 지주사 중심의 지배 구조는 바로 정리됩니다.


이 부회장이 첫 매입 대상으로 선택한 두 회사는 그룹 수익과 매출의 핵심이자, 본인이 실무와 전략 경력을 쌓아 온 무대이기도 합니다. 재계에서는 이를 두고 후계자 명분 축적의 시작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후계자가 공식 취임 전 계열사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것은 책임경영 의지를 시장에 먼저 보여주는 전형적인 수순"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코오롱그룹 부회장이 최근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코오롱글로벌 주식을 장내 매수했다. ⓒ코오롱그룹 제공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 사진제공=코오롱그룹


최근 롯데그룹에서 나타난 흐름과도 그 맥락이 같습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각자대표 자리에 오른 신유열 부사장(미래성장실장) 최근 롯데지주와 롯데바이오로직스 등 핵심 계열사 지분을 연속적으로 매입했습니다. 그룹 안팎에서 '차세대 리더' 위상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신 부사장의 지분 매입은 각자대표 취임 이후 기업가치 제고와 전략 과제 수행의 명분으로 작용했고, 이러한 행보는 자연스레 후계 구도 정착의 신호로 받아들여집니다.


GS그룹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허세홍, 허용수 등 오너 4세들은 자신이 맡은 에너지·정유 계열사의 지분을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사들이며 책임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한국 재계에서 지분 취득은 오래전부터 후계 구도를 공고히 하는 첫 단계로 여겨져 왔습니다.


이 같은 배경을 고려하면, 이번 이규호 부회장의 지분 매입은 단순한 재테크라기보다 향후 지배 구조 전환을 염두에 둔 전략적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습니다. 


실제로 코오롱그룹은 최근 몇 년간 이규호 부회장을 축으로 지배·사업 구조를 재정비해 왔습니다. 이 부회장이 이끌던 코오롱모빌리티그룹은 포괄적 주식교환을 거쳐 ㈜코오롱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뒤 2026년 1월 상장폐지될 예정이고,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자회사 코오롱ENP의 흡수 합병도 2026년 4월 통합법인 출범을 목표로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지주 체계 안으로 끌어들이고 중복 사업을 정리하는 전형적인 승계·리밸런싱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현재 이 부회장은 ㈜코오롱을 비롯한 핵심 상장 계열사의 사내이사로 이사회 전면에 나와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고 있습니다. 여동생 두 사람은 경영과 무관한 미술 분야에 몸담고 있어,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을 사실상 단독 후계자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입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롯데 신유열, GS 허세홍 사례에서도 확인됐듯 후계자의 첫 계열사 지분 매입은 승계 구도의 신호탄"이라며 "코오롱 역시 이 흐름 속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