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 앨런 타운센드 박사는 10여 년 전 가족에게 닥친 충격적인 소식을 받았습니다.
네 살 딸과 생물학자인 아내가 모두 뇌암 진단을 받은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에게 뇌종양이 발생할 확률은 약 1000억분의 3이라는 극히 희박한 확률이었습니다.
평생을 과학자로 살아온 타운센드 박사는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과학적 탐구가 현실과 화해할 수 있는 렌즈이자 구명보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사진 제공 = 문학동네
그는 자연의 순환과 생명력에서 희망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먼저 수십억 년간 우주먼지를 주고받으며 생성과 소멸을 반복해온 우주의 역사를 관찰했습니다.
녹아내린 애벌레에서 시작되는 나비의 탄생 과정과 화산암에 위태롭게 뿌리내린 나무가 양분을 얻는 방식도 연구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미국밤나무가 다시 싹을 틔우게 된 생명력에서도 자연 스스로의 순환 능력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자연 관찰을 통해 타운센드 박사는 유한한 인간의 삶이 무한히 계속될 수 있다는 희망을 담담하게 제시했습니다. 삶의 비극 앞에서도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이 위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우주의 먼지로부터'는 기술 발전의 성과는 찬사받고 인간성의 가치는 희석되는 현 시대에 과학의 진정한 가치를 재조명합니다.
무신론자인 타운센드 박사는 이 책에서 과학과 영성이 서로 통한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했다고 밝혔습니다.
종교적 관점에서 신 앞의 인간은 한계와 결함으로 가득한 불완전한 존재이면서도 나날이 나아지려 노력하는 존재입니다. 타운센드 박사는 인간이 발전시켜온 과학 또한 이와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과학을 신격화하지 않고 완벽하기를 요구하지도 않을 때, 과학은 인간에게 가장 멋진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성을 중심에 둔 과학자들은 "결점과 한계를 받아들이면서도 그것들을 줄이려 고민하고, 무언가가 완벽과 거리가 멀더라도 진정으로 경이로울 수 있다"고 믿어왔습니다. 이러한 믿음 덕분에 수 세기 동안 과학은 인간의 삶을 더 나은 곳으로 이끌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은 해결 중심적 사고와 세상과 유리된 채 자신만의 실험에 몰두하는 태도 등 과학자를 둘러싼 선입견을 깨뜨립니다. 오히려 과학의 결함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겸허한 태도를 진정성 있는 메시지로 전달합니다.
'우주의 먼지로부터'는 한 가족이 암과 벌이는 사투를 가슴 아플 정도로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동시에 인간의 취약함과 강인함을 모두 긍정하는 과학적 인식을 일깨우며 과학의 쓸모를 확장했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에세이와 과학 논픽션이 결합된 이 작품은 상실에 대한 더 넓은 차원의 이해와 애도로 향하도록 독자들에게 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