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이사회를 열고 2026년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하며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를 대거 교체했습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 기반 리더십을 전면에 배치하고, 인공지능·바이오·클린테크(ABC)를 중심으로 미래 성장 축을 재정비하겠다는 구광모 ㈜LG 대표의 경영 기조가 더욱 명확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27일 LG가 발표한 이번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LG전자와 LG화학 등 주력 사업의 리더십을 1970년대생 세대로 전면 재편했다는 점입니다.
LG전자 류재철 신임 사장 / 사진제공=LG그룹
LG전자는 생활가전 사업을 이끌며 글로벌 1위를 공고히 해온 류재철 사장을 최고경영자로 선임했습니다. 연구개발 조직에서 경력을 쌓아온 류 사장은 제품 경쟁력 강화를 중심으로 플랫폼 기반 신사업 전개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HS사업본부를 새로 맡게 된 백승태 부사장은 북미 시장에서 성과를 보여온 만큼 공백을 자연스럽게 메울 것으로 보입니다.
LG화학은 첨단소재사업본부를 총괄해온 김동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CEO로 선임했습니다. 전자소재 사업을 고수익 구조로 전환시킨 실적을 바탕으로 전지재료와 친환경 소재 등 핵심 소재 사업의 체질 개선을 한층 가속할 계획입니다. 전기차 시장 환경 변화가 큰 시점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의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룹 법무·리스크 관리 기능을 담당해온 이재웅 부사장은 디앤오 최고경영자로 이동했습니다. 검찰 조직과 주요 계열사 법무를 모두 경험한 만큼, 디앤오가 요구하는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데 무게를 둘 것으로 보입니다. 그룹 내 리스크 통제 구조를 재정비하려는 기조와도 자연스럽게 맞닿아 있습니다.
디앤오 CEO 이재웅 부사장 / 사진제공=LG그룹
LG는 이번 인사가 연말 정기 인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 수시 인사를 통해 변화 속도를 높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 10월 LG생활건강 CEO를 전격 교체했던 사례와 동일한 기조로, 조직의 민첩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번 인사에서도 전자부품, 공조, 전장 등 미래 성장축에 해당하는 사업군에서 사장 승진이 잇따르며 변화를 뒷받침했습니다.
기술 인재 중용도 한층 강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5년 동안 신규 임원의 4분의 1 이상을 AI·바이오·클린테크 등 ABC 분야에서 선발해온 LG는 올해 역시 최연소 임원 3명을 모두 AI 전문가로 채웠습니다. LG CNS에서 AI클라우드 사업을 맡고 있는 김태훈 부사장, LG AI연구원의 임우형 전무, LG CNS 데이터센터 사업을 총괄하는 1986년생 조헌혁 상무가 대표적입니다. 미래 기술 경쟁력을 직접 구축하겠다는 구광모 대표 체제의 방향성이 재확인된 셈입니다.
성과주의 원칙도 강화됐습니다. LG유플러스에서 재무책임자(CFO)를 맡아온 여명희 전무는 그룹 최초 여성 CFO로 부사장에 올랐으며, 1980년대생 신규 상무 3명도 이번 인사에서 선임됐습니다. 연공서열보다 전문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우선하는 LG의 인사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LG유플러스 CFO 여명희 부사장 / 사진제공=LG그룹
한편 디앤오와 LG경영개발원도 이날 각각 신임 경영진을 선임하며 조직 개편을 이어갔습니다. 이재웅 부사장은 디앤오 대표이사, 김재문 전무는 LG경영연구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LG AI연구원 임우형 전무는 공동 연구원장으로 승진했습니다.
LG 관계자는 이번 인사 방향을 두고 기술·제품 중심의 체질 강화와 미래 전략 실행력 확보가 핵심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주력 사업 전반에서 1970년대생 신임 CEO들이 전면 배치된 만큼, LG가 시도하는 변화의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LG CNS LG CNS AI클라우드사업부장 김태훈 부사장 / 사진제공=LG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