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불법계엄 1주년을 한 달여 앞둔 가운데 국민의힘이 사과 메시지 발표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장동 국정조사 추진 방침 변화와 필리버스터 제한 법안 통과로 국민의힘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여의도 당사 전경 / 뉴스1
국민의힘은 다음달 3일 불법계엄 1주년이자 장동혁 대표 취임 100일을 맞아 사과와 반성의 메시지를 내야 한다는 입장과 그럴 필요가 없다는 입장으로 나뉘어 혼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친한동훈계와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차원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반면, 당 지도부는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26일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 3선 의원들을 차례로 만나 불법계엄 1주년 메시지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그는 이날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불법계엄 사과 관련 당내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여러 얘기를 듣고 있다는 점만 말씀드리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습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 뉴스1
장동혁 대표도 지난 22일 취임 100일 메시지에 대해 "구상 중"이라고만 밝힌 바 있습니다.
당 지도부의 반대 입장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났습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26일 충남 천안에서 열린 '민생회복 법치수호 국민대회'에서 "이재명 정권이 윤석열 정권 당시 29번 탄핵으로 행정을 마비시켜도 단 한 번의 사과를 하지 않았다"며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사과해야겠느냐. 사과해서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김재원 최고위원도 26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사과는 이미 우리가 (김용태) 비대위원장 시절에 했고 더 나아가 또 사과할 만큼의 상황인가"라며 "그렇게 되면 내부 분열이 또 조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 / 뉴스1(공동취재)
반면 친한계 의원들은 적극적인 사과론을 펼치고 있습니다.
박정훈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12·3 계엄에 대해 우리 당은 아무리 사과해도 부족하지 않다"며 "민주당의 의회 폭거가 아무리 만악의 근원이었다고 해도 계엄은 잘못된 해법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종혁 전 최고위원도 26일 페이스북에서 "역사는 이 시기를 어리석은 지도자와 더 어리석은 추종자들에 의해 보수가 궤멸의 위기에 몰렸다고 평가할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 뉴스1
사과 메시지 지지 세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 없이는 중도층 확장이 어려워 내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반면 당 지도부는 민주당에게 공격 빌미를 제공하고 강성 지지층의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며 사과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 수단이 더욱 제약받게 됐습니다. 26일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필리버스터를 제한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습니다.
이 개정안은 재적의원 5분의 1 이상인 60명이 국회 본회의장을 지키지 않으면 필리버스터를 중지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유상범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한 국회운영위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에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 무력화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며 규탄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국민의힘 서지영, 박충권, 곽규택, 유상범, 김은혜 의원 / 뉴스1
더불어민주당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국정조사 추진에서도 기존 입장을 바꿨습니다.
국민의힘은 26일 여야 협의가 계속 결렬되자 민주당이 제시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차원의 국정조사 진행을 수용할 의사가 있다며 한 걸음 물러섰습니다.
하지만 법사위 야당 간사 선임 등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민주당이 협의를 거부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