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118조 재벌' 암바니와 회동한 이재용... 삼성 사장단 총출동, 특급예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다시 무케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과 마주했습니다. 


지난 25일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과 만찬은 의전이 아닌 사업의 무게를 품고 있었습니다.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배터리, 통신, 디스플레이, 그리고 EPC까지 이어진 산업의 결절점에서, 양측이 서로의 필요와 확장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삼성에 따르면 암바니 회장에게는 AI·XR·파운드리·차세대 통신·클라우드·ESS·플랜트 기술 등 그룹 전 계열사의 역량이 총망라돼 소개됐습니다. 이는 공급자와 고객의 관계를 넘어 전략적 동반자로 비약할 수 있다는 의미를 던집니다. 


25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한 아시아 최대 부호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왼쪽 셋째)을 김우준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장(왼쪽 둘째)이 안내하고 ...가운데 검은색 코트를 입은 사람이 '아시아 최대 부호'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 뒷줄 하얀색 점퍼 차림은 암바니 회장의 장남인 아카시 암바니 릴라이언스 지오 인포컴 이사회 의장 / 뉴스1


이날 만남에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최주선 삼성SDI 사장, 이준희 삼성SDS 사장,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까지 총출동한 것도 그룹 차원의 어젠다였음을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배경에는 릴라이언스의 급격한 전환이 있습니다. 정유·석유화학·유통 중심에서 ICT·AI·데이터센터·스마트 제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인도 내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삼성의 AI 반도체, 5G·6G 네트워크, 전력관리, ESS 배터리, 디스플레이 기술과의 접점은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습니다. 인도 시장 규모, 디지털 소비 성장률, 강력한 보호 산업 정책을 고려하면 현지 영향력 확보를 위한 최적 파트너라는 판단도 깔려 있습니다.


삼성과 릴라이언스의 인연은 故 이건희 삼성 회장 시절부터 이어졌습니다. 2012년 릴라이언스 지오의 4G 네트워크 계약이 출발점이었고, 2022년에는 5G 장비 공급으로 확장됐습니다. 향후 6G 상용화, AI 데이터센터, ESS 기반 전력 안정화, 스마트 플랜트 EPC로 협력이 더 굵어질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습니다.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하고 있다./뉴스1뉴스1


이번 만남이 주목되는 이유는, 이 회장의 최근 글로벌 동선과 정확히 겹치기 때문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 10월 엔비디아 젠슨 황, 오픈AI 샘 올트먼을 잇달아 만나 AI 팩토리·HBM·파운드리 협업을 논의했고, 11월에는 벤츠 올라 칼레니우스 회장과 승지원에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논의했습니다. 


스텔란티스 존 엘칸 회장과의 관계는 이미 깊고,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교류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흐름 위에 암바니 회장이 다시 올라온 것입니다. 산업별 핵심 축을 짚어가며 '삼성판 글로벌 기술 연합'을 설계하고 있다는 평가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2019년 3월 10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고 갑부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 회장의 장남 결혼식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신봉길 ...2019년 3월 10일,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장남 결혼식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 모습 / 신봉길 주인도대사 SNS


관계의 질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암바니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식 이후 1년 4개월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앞서 장녀·장남의 결혼식에도 초청받은 한국 기업인은 이 회장이 유일했습니다. 개인적 신뢰가 곧 사업 자산으로 연결되는 인도 특유의 비즈니스 문화 속에서 의미는 가볍지 않습니다.


삼성은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회복과 프리미엄 전략 보완을 과제로 안고 있고, 릴라이언스는 ICT 대전환을 완성하기 위해 강력한 기술 파트너가 필요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7월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그룹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뒤 귀국할 당시 모습. 뉴스1지난해 7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막내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뒤 귀국할 때 모습 / 뉴스1


그래서 이번 회동의 핵심은 ‘협력 가능성’이 아니라 '전략적 상호 의존'입니다. 산업 패권의 핵심 변수인 AI 인프라, 반도체 공급망, 전력 안정 기술, 6G 표준 주도권까지 의제가 포개지면서, 이 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이제 단순 외교가 아니라 삼성의 성장 공식을 다시 쓰는 과정으로 비쳐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