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5일(월)

이건희式 아닌 '이재용st'... 2026 삼성 인사서 '이재용 체제' 우선순위 드러났다

이재용 회장이 그리고 있는 삼성전자의 미래는 오늘 이뤄진 '2026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분명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메모리 초격차 중심의 과거 전략에서 벗어나 AI·소프트웨어·로봇·패키징·ESG로 핵심축을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인사 전반에 그대로 반영된 것입니다. 인사 규모는 부사장 51명, 상무 93명, 펠로우·마스터 포함 161명.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는 조직을 흔들되, 중간 허리부터 확실히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읽힙니다.


승진 배경에는 AI 데이터, LLM, 로봇 소프트웨어, DRAM 공정, HBM4, V낸드 신소자, 로직 GAA, 고성능 패키지 등 이 회장이 직접 챙겨온 기술 키워드가 그대로 담겼습니다. 


사진=인사이트사진=인사이트


인사 명단 자체가 이재용식 기술 로드맵이 된 셈입니다. 이건희 시대가 사장단 재편과 구조조정 중심이었다면, 이번 인사는 연구·선행 라인과 엔지니어를 위로 끌어올리는 구조입니다. 단기 실적보다 5~10년 뒤 기술 지형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세대교체 속도도 눈에 띕니다. 30대 상무, 40대 부사장이 대거 발탁되며 실질 권한을 넘겨주겠다는 메시지가 분명해졌습니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AI 모델, 로봇 인텔리전스, 새로운 폼팩터 기획 등 신사업 중심축에 젊은 리더들이 바로 배치됐다는 점도 상징적입니다. 실리콘밸리식 의사결정 문화, 빠른 실험과 실패 허용을 실제 제도에 옮겨 심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젊은 리더들이 맡은 분야가 삼성의 미래 먹거리라는 점은 의미가 큽니다. 갤럭시 AI, AI TV, 로봇 플랫폼, HBM4, 2·3나노, 어드밴스트 패키징 등 핵심 승부처를 직접 맡겼습니다. 서열 관리형 인사에서 승부처 배치형 인사로의 전환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ESG와 다양성 강화도 이번 인사의 특징입니다. 환경·탄소중립 전문가, ESG 전략 리더, 메타 광학 기반 이미지센서 개발을 이끈 외국인 연구자 등 실제 권한이 있는 자리들에 여성·외국인 인재가 올랐습니다. 단순한 홍보용 메시지가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준을 인사 구조에 직접 반영한 변화입니다.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감각도 녹아 있습니다. 중국 경험이 풍부한 메모리·시스템반도체 전문가를 부사장으로 올린 것은 중국 시장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현실적 판단입니다. M&A·투자, 네트워크 기술 리더 발탁은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가속하겠다는 시그널입니다.


origin_젠슨황·정의선회장과치킨회동하는이재용회장.jpg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뉴스1


물론 부담도 있습니다. AI·반도체 중심의 쏠림이 일부 전통 사업부에는 상대적 소외감으로 이어질 수 있고, 젊은 리더 중심 인사가 실제 권한 이양과 조직문화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면 피로만 키울 가능성도 있습니다. 향후 조직개편에서 이 회장이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인사는 분명한 전환점입니다. 삼성전자가 제조 중심 기업에서 AI·시스템반도체·로봇·ESG를 아우르는 기술기업으로 넘어가겠다는 이재용 모델이 인사 전반에서 처음으로 일관된 패턴으로 드러났습니다. 이번 인사는 그 변화의 첫 굵은 선이자, 향후 5년 삼성전자가 어디에 자원을 집중하고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지 보여주는 공식적 신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