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현 남북관계를 두고 "우발적 충돌이 언제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험하다"며 대화 재개를 위한 인내와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아프리카·중동 4개국 순방 중 튀르키예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 전반을 강도 높게 진단하며, 과거 정부와 정치권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군사분계선 일대에 3중 철조망을 설치한 사실을 언급하며 "6·25 전쟁 이후 수십 년 동안 하지 않던 행위"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경계와 북한이 주장하는 경계가 다르다 보니 경고사격이 벌어지기도 한다"며 "모든 연락선이 끊긴 상황에서 우발적 충돌이 발생하면 이를 조정할 통로가 없다"고 우려했습니다.
북한, 비무장지대(DMZ) 병력 채우고 '땅파기' 작업 개시
북한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철천지원수'로 규정하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는 현실도 지적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아무리 적대적인 국가라도 비상연락망은 있어야 한다"며 "오른손으로는 싸워도 왼손으로는 악수할 공간을 남겨둬야 하는데 지금은 완전히 단절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비전향 장기수의 송환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90세가 넘은 분들이 고향으로 가겠다고 하는데 굳이 막아서 얻는 것이 무엇이냐"며 "그런 노력에도 북한이 반응조차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어 한국 정치권 일부가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데 일조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흡수통일 같은 얘기는 왜 하느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격과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겠느냐"며 책임 없는 발언들이 갈등을 키웠다고 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향해서도 "갑자기 통일을 말하니 북한이 '쳐들어오는 것 아니냐'며 철조망을 치기 시작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을 자극하는 방식의 과거 대응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졌습니다. 이 대통령은 "무인기를 보내 약을 올리니 북한이 얼마나 긴장하겠느냐"며 "대북방송 역시 서로를 괴롭히는 일이지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국가가 쌓은 업보"라며 이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결국 대화 복원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피하면 쫓아가서라도 말을 붙여야 한다"며 "군사분계선이 불명확해 충돌이 발생할 수 있으니 대화로 명확한 선을 긋자고 제안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끊임없이 선의를 전하고 바늘구멍이라도 뚫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 뉴스1
통일 문제와 관련해서도 단계적 접근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우리는 흡수통일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한과 대화·평화 공존을 이루고 그다음에 통일 논의를 하자"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긴장 완화 조치의 하나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자, 이 대통령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북한이 가장 예민해하는 부분"이라면서도 "지금 단계에서 어느 방향으로 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다만 "남북 간 평화 체제가 확고히 구축되면 훈련을 하지 않는 편이 바람직하다"며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방위는 스스로 책임져야 하고, 평화 체제가 정착되면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지 않는 돈 드는 합동훈련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현재로서는 훈련 축소·연기가 평화 체제 구축의 결과가 될지, 혹은 지렛대가 될지는 단언하기 어렵다"며 상황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