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토스뱅크 CEO 인사를 둘러싼 기류가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케이뱅크는 실적과 IPO를 앞세운 연임론이 힘을 얻는 와중에 최대주주 KT의 계열사 '물갈이' 기조라는 변수가 겹쳐 있습니다. 반면 토스뱅크는 출범 후 첫 흑자와 성장 성과를 쌓으며 자연스럽게 연임 명분을 키워가는 분위기입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 이사회는 최우형 행장의 오는 12월 31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출범시키고 차기 행장 인선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임추위는 다음 주께 최 행장을 포함한 숏리스트를 추린 뒤, 면접 등 심사를 거쳐 다음 달 초 이사회에서 차기 행장을 최종 선임합니다.
케이뱅크 최우형 은행장 / 뉴스1
겉으로 보면 연임 쪽에 무게가 쏠립니다. 케이뱅크는 지난 10일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고, 내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재무적 투자자(FI)들과의 계약에 따라 내년 7월까지 상장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라, 대표이사 교체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내하기 쉽지 않은 처지입니다.
케이뱅크는 2023년 1월과 2024년 10월, 올해 6월까지 세 차례 상장을 추진했다가 시장 수요 부족과 기업가치 논란에 부딪혀 잇따라 철회한 바 있습니다. 이번이 사실상 네 번째이자 '마지막 도전'에 가깝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CEO가 취임하면 IPO 전략과 일정, 투자자 커뮤니케이션 방향까지 손질해야 하고, 그만큼 회사가 느끼는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 행장의 성적표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는 취임 첫해인 지난해 12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며 케이뱅크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분기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고, 3분기에는 성장 속도가 다소 늦춰졌지만 여·수신 확대를 기반으로 이자·비이자이익이 모두 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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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비트와의 실명계좌 제휴를 1년 연장하면서 핵심 수신 기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점도 상장과 영업 모두에 긍정적 요소로 평가됩니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KT의 인사 기조가 변수입니다. KT는 최근 몇 년간 그룹 내 계열사 대표들을 잇달아 교체하며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성과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중장기 전략 방향에 맞는 '새 얼굴'을 과감히 기용하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케이뱅크 역시 KT의 전략적 판단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케이뱅크가 IPO를 통해 단기간에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고, 가상자산·플랫폼 제휴를 활용한 성장 스토리를 더 공격적으로 써 내려가야 한다는 시각이 강해질 경우, KT가 'IPO 전환기'에 맞는 다른 리더십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실적과 상장 추진은 연임 명분이지만, 그룹 차원의 물갈이 기조가 변수입니다.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 / 사진제공=토스뱅크
반면 토스뱅크는 연임 논의의 무게중심이 상대적으로 성과 쪽에 쏠려 있습니다. 이은미 대표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로, 토스뱅크는 내부 규정에 따라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임추위를 가동할 계획입니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대표는 iM뱅크(옛 DGB대구은행) CFO 출신으로 인터넷은행 최초 여성 행장이라는 상징성을 안고 2년 가까이 조직을 이끌어 왔습니다. 취임 당시 '흑자 전환'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고, 토스뱅크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457억원을 기록하며 출범 후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65% 늘어난 404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쓰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출범 초기까지 이어졌던 대규모 적자 국면에서 벗어나 8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이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하는 데 핵심 지표로 꼽힙니다. 월간활성이용자(MAU) 1000만명 돌파, 여·수신 상품 다각화 등 외형 성장도 동시에 이뤄지면서 "이 행장이 주도한 투자가 이제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토스뱅크의 최대주주인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입장에서도, 어렵게 흑자 궤도에 올린 상황에서 굳이 CEO를 교체해 리스크를 자초할 이유는 크지 않다는 관측이 힘을 얻습니다. 인터넷은행 인가 이후 비즈니스 모델 실험, 규제 대응, 자본 확충 등 굵직한 과제를 함께 겪어온 만큼,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성장 속도를 조절하는 편이 합리적이라는 시각입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금융권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그룹 차원의 인사 기조와 IPO라는 과제가 맞물려 연임과 교체 가능성이 모두 열려 있는 반면, 토스뱅크는 흑자 안착과 성장 스토리 덕분에 굳이 CEO를 바꿀 유인이 크지 않아 보인다"며 "인터넷은행 1세대가 처음으로 맞는 '연임 시즌'이 각사의 지배구조와 대주주 성향, 경영 전략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