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후 경호처 간부들과의 오찬에서 "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순찰하라"고 지시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습니다.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5부는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한 속행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전 경호처 부장 이모씨는 지난 1월 11일 열린 오찬에서 윤 전 대통령이 한 발언들을 카카오톡 '나에게 보내기'로 기록해뒀다고 증언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 뉴스1
공개된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경호처가 나의 정치적 문제로 고생이 많다. 밀도(밀고) 들어오면 아작난다고 느끼게 위력 순찰하고 언론에도 잡혀도 문제 없음'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헬기를 띄운다. 여기는 미사일도 있다. 들어오면 위협사격하고 ?를 부셔버려라'라는 메시지입니다.
이 전 부장은 "위협사격이라고 했는지 위력순찰이라고 했는지 헷갈려서 물음표를 달아둔 것"이라며 "대통령이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갑자기 약간 멈칫했고, 그러더니 말을 순화해서 '부숴버려라'라고 한 것을 기억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부수라는 대상에 대해서는 "주어가 생략됐지만 공수처와 경찰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 중에 표현을 썼다"고 답했습니다.
이 전 부장은 "TV에 나와도 괜찮다, 총기를 노출하는 것도 괜찮다는 의미로 저 말씀을 하신 거로 기억한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시 오찬에는 윤 전 대통령과 강의구 전 부속실장, 김정환 전 수행실장,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 이광우 전 경호본부장과 부장급 경호공무원 등 총 9명이 참석했습니다.
뉴스1
이 오찬은 공수처의 1차 체포영장 집행이 불발된 후 2차 영장 집행이 이뤄지기 전인 시점에 열렸습니다.
공개된 메시지에는 '계엄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경고용이었다', '설 연휴 지나면 괜찮아진다'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비상계엄 당시 경호처 IT개발과에서 근무했던 직원 박모씨가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박씨는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이 '비화폰 기록 삭제에는 증거인멸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받은 뒤 문서를 집어던지고 욕설을 하는 등 분노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박씨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2일 김대경 전 본부장 등과 함께 '전체 단말기를 삭제하라는 12월 7일자 지시에 형법 155조 증거인멸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김 전 차장에게 가져갔습니다.
이를 본 김 전 차장이 보고서를 집어 던지면서 화를 냈다는 것입니다.
박씨는 김 전 차장이 "'증거 남기려고 이런 거 만들었냐. 흔적 남기려고 했냐'며 당장 갈아버리고 문서를 지우라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김 전 본부장을 향해서는 "지우라고 했을 때 지우면 문제없잖아"라고 말하며 욕설을 했다고도 증언했습니다.
박씨는 "처음 부서에 왔을 때 본부장에게 지우란 압박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상황을 보고) 지우라고는 했구나 생각했다"며 "(김 전 차장이) '그때 지우면 문제가 안 됐을 거다'라고 하는 거로 봐서 수사 개시 전이면 문제가 안 된다고 인식했던 게 아닌가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은 지난 1월 3일 경호처의 저지로 한 차례 불발된 뒤 같은 달 15일 2차 시도 끝에 이뤄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