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06일(토)

대기업 혼맥의 세대교체... 권력형 '정략결혼' 대신 사랑형 '찐결혼' 부상

국내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결혼 형태가 과거 정치권과 관료 사회 중심의 '정략혼'에서 벗어나 재계 혹은 일반인과의 결혼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세대가 내려갈수록 '권력형 혼맥'은 줄고, '자율적 결혼'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1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5년 지정 총수가 있는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81곳의 혼맥이 확인 가능한 380명을 조사한 결과, 오너 2세의 정·관계 혼맥 비중은 24.1%였으나 오너 3세는 14.1%, 오너 4∼5세는 6.9%로 세대가 내려갈수록 급감했습니다. 반면 재계 내 혼맥 비중은 오너 2세 34.5%, 오너 3세 47.9%, 오너 4∼5세 46.5%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일반인과의 결혼 비율도 꾸준히 늘었습니다. 오너 2세의 일반인 혼맥 비율은 29.3%에서 오너 4∼5세는 37.2%로 증가했습니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재계의 정·관계 혼맥 비중은 24.2%(58명)에 달했지만, 2000년 이후에는 7.4%(9명)로 3분의 2 가까이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재계 간 혼맥 비중은 39.2%(94명)에서 48.0%(58명)로 늘었고, 일반인과의 혼맥도 24.6%(59명)에서 31.4%(38명)로 증가했습니다.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리디아 고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 씨가 2022년 12월 3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 씨와 골프선수 리디아 고와 2022년 12월 30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 뉴스1


대표적인 사례로는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아들 정준 씨와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의 결혼이 꼽힙니다. 두 사람은 2022년 12월 서울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으며, 정 부회장은 지난해 파리올림픽 당시 직접 현장을 찾아 며느리를 응원했습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의 외손녀이자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딸 선아영 씨는 2016년 배우 길용우의 아들 길성진 씨와 결혼했습니다. 지난해에는 '뉴스데스크' 최장수 앵커 기록을 세운 백지연 씨의 아들 강인찬 씨가 HL그룹 정몽원 회장의 차녀 정지수 씨와 백년가약을 맺었습니다.


재계 3·4세 혼맥의 또 다른 축은 HD현대 정기선 회장과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차녀 최민정 씨 부부입니다. 


정 회장과 그의 아내는 MIT 유학 시절 인연을 맺었으며, 2022년 서울에서 비공개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최민정 씨는 지난해 케빈 황(황재균) 씨와 결혼했습니다. 


한화그룹의 3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2019년 사내 연애를 통해 만난 일반인 정모 씨와 결혼했습니다. 그는 배우 조한선 아내의 여동생과 결혼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습니다.


호반건설 김대헌 대표는 2020년 SBS 김민형 아나운서와 결혼했고, 두산그룹 장남 박서원 전 두산매거진 대표는 2018년 JTBC 조수애 아나운서와 혼인했습니다.


케빈 황과 최민정씨 / 케빈 황 인스타그램케빈 황 씨와 최민정 씨 / 케빈 황 인스타그램


매체는 "과거에는 정·관계와 혼맥을 맺는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됐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감시와 규제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그룹 간 혼맥 네트워크를 보면 LS그룹이 현대차, OCI, BGF, 삼표, 사조, 범 동국제강(KISCO홀딩스) 등과 가장 많은 사돈 관계를 맺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LG와 GS는 각각 4개 그룹과 혼맥이 형성돼 있으며, LG는 DL·삼성·GS·두산과, GS는 LG·삼표·중앙·태광과 연결됐습니다. 특히 범GS 계열로 확장하면 금호석유화학과 세아도 포함됩니다.